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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 - 2권 세트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읽지 않은지 꽤 오래 되었다. 물론 요즘 '팩션'이라는 장르는 하나의 흐름처럼 자주 등장하고 있어 몇 편 읽어보았지만... 유난한 더위 때문에 책 고르기가 가벼워진 탓일까. 오랜만에 추리소설 몇 권을 골라들었다. <아임 소리 마마>(황금가지) 덕에 역시 내 독서의 한계인지, 그 책 자체의 한계인지 모를 불만 속에서 책을 덮었고, 비교적 언론의 주목도가 높았던 이 책을 갖고 다시금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몰입해보았다.(날씨 덕에 밑줄 긋고 사전이나 검색창을 찾는 독서보다는 그냥 편히 읽다가 잠들 책이 필요했었다^^)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코넌 도일이나 아가사 크리스티, 스티븐 킹 작품에 대한 기억이 있긴 하지만 워낙 오래전 일이라 조르지오 팔레띠라는 이탈리아 작가 작품의 특성이나 그 계보 등을 꿸만한 깜냥은 못되어 그냥 쪽따라 읽어보았는데, 그 느낌은 '잘 차려진 밥상' 또는 '잘 짜여진 영화 한 편'과 같다는 느낌이었다.
이탈리아 여형사 모린과 뉴욕 경찰 조던,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피폐한 현장에서 살아가는 형사라는 직업은 그 때문에 소설이나 드라마, 그리고 영화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캐릭터이다. 또한 그들이 주인공일 경우는 대개 직업에서 초래되는 정의감 이전에 따뜻한 인간미를 갖게 된다. 순수한 영혼의 가수와의 사랑(모린)이나, 뉴욕의 현직시장인 형을 대신해 죄값을 치루는 동생(조던)...(이 역시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 아닐까^^)
사건은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보복'으로 입게 되는 모린의 상처에서 시작되고, 다시 뉴욕의 연쇄살인에 대한 추적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이 소설 구성의 핵심이 되는 '각막이식을 통한 기억의 전이'가 이루어진다. 의학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없다. 왜냐하면 시술을 한 의사 역시도 이러한 현상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사건해결에 있어서 핵심적인 이러한 '기억전이'의 비현실성이 전체적인 짜임새를 느슨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각종 요소가 잘 짜여진 '잘 짜여진 영화 한 편'의 몫, 또는 그 이상은 충분히 감당한다고 본다.(<셜록 홈즈>를 쓰던 코난 도일의 시절에 비해 추리소설 쓰기가 더 어려워졌다고나 할까)
경륜이 오래지 않은 출판사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이나 편집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보기 좋았다. 외려 출판사의 관심에 비하면 짐작되는 전체 판매량이 따라오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다. 편집에 있어서 일부 명백한 오류가 있다면...
- 1권 128쪽의 문단 바꿈이 잘못되어 있다. '연금...//술사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휴일 대낮에 '더위도 잊고' 2권을 읽어내려갔던 기억이 흐뭇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