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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라서 좋다 - 오지혜가 만난 이 시대의 '쟁이'들
오지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4월
평점 :
예술가과 딴따라...
책을 펼치며 한방 맞은 듯한 얼얼함이 먼저 다가온다. 흔히들 머리말 말미에는 당연히 '이 책이 나오게끔 도와주신 누구누구에게 감사한다'는 말이 철칙처럼 새겨진다. 가족에게든, 도움을 준 분들에게든... 저자 오지혜도 그 철칙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미덕이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책머리에'서 저자는 마지막 구절을 이렇게 적고 있다. '...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참! 이 책을 읽겠다고 펼쳐드신 당신께도 감사드립니다. 2006년 봄 오지혜'... 이런 기억이 있었을까 돌아보아도 미처 몇 권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책들이 전해준 감동은 언제나 다른 책들에 비해 모자람이 없었다. 독자에게도 '감사'할 줄 아는 글쓴이의 마음가짐이나 배려 덕분에 읽는 내내 즐거웠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이 친절한 저자는 왜 이 책의 제목을 '딴따라라서 좋다'로 정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예술가와 딴따라. 어찌보면 두 말 모두 그 말이 쓰여짐에 따라 축적된, 고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 말을 '우리가 사는 동네'라는 일상적인 삶과의 거리로 측정해본다면 전자는 그 동네에서 벗어나 마치 내려다보듯, 관조하듯 행위하는 '고매한'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모종의 '지위'를 인정하는 느낌이 강하고, 후자는 그 동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신명을 일으키고, 반추하는 힘과 활력을 일으키는 '이웃'의 느낌이 강하다. 아니 좀더 솔직하자면 은연중 우리는 '아랫것'이라는 의식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 짧은 분량의 꼭지에 담긴, 그래서 아쉬운 글들에서 우리는 예술의 '전선'에서 온몸으로 뛰는 '전사'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삶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쉽게 찾아볼 수도 있다. 이미 언어의 감옥에서 굳어진 이미지가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딴따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아니 '예술'을 일상의 삶으로 되돌려놓기 위해서 붙인 제목이 아닐런지. 인터뷰 대상이 되었던 분들 하나하나가 그러한 가능성들을 각각의 면모로 보여주고 있고, 이만큼 이 시대의 '예술인'들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느낀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더욱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콘트라베이스>, <늙은 창녀의 노래>로 바빴던 당시에 뵈었던 명씨 아저씨는 잘 계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