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Corea'가 'Korea'로 바뀐 건 일본 때문?
"일본 때문이 아니라 발음과 철자법상 이유 때문"
텍스트만보기   박영민(chiwoo1206) 기자   
ⓒ 박영민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맞아 대한민국이 'Corea' 응원 열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제 표기법은 분명히 Korea다. 그렇다면 왜 '붉은 악마'를 비롯한 많은 축구팬들이 Korea 대신에 Corea를 외치고 있는 것일까?

일본이 일제 시대 때 Corea를 Korea로 바꿔버렸다는 이야기가 언제부터인가 떠돌고 이에 반발한 젊은이들이 Corea를 즐겨 쓰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한국(Korea)이 국제 대회에서 자신들(Japan)보다 먼저 입장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제국주의 근성 때문에 한국의 'C'가 'K'로 바뀌었다는 이러한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존재하지 않던 나라, 한국

1910년 한일병합 이후 1945년 광복 때까지 약 35년간 이 지구상에 한국이란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라가 망했어도 민족혼은 살아있었기에 조선, 대한제국, 대한민국은 늘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존재했지만 국제사회의 현실은 냉혹했다. 당시 국제법상으로 한국은 완전히 망한 나라,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였다.

또한 일본은 한국을 단순한 식민지로 지배한 것이 아니라, 내선일체와 창씨개명을 통해 완전히 일본화하려고 했다. 아울러 해방 후 미국이 한반도에 38선을 그을 때조차 지도 어디에도 Korea라는 나라는 없었다. 미국은 Japan이라고 표기된 한반도에 38선을 그었던 것이다.

따라서 일본으로서는 한국의 국제 대회 입장 순서 같은 것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존재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국제 대회에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서 뛰어야 했던 비운의 역사도 그 때문이다.

그대의 자존심이 상하는가?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그것은 그대의 민족혼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Corea에서 Korea로 바뀐 건 발음과 철자법상의 이유

우리나라의 존재가 서양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 무역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당시 고려는 Corea, Korea, Coree, Korai 등으로 표기됐다. 북유럽 계통의 언어인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등에서는 대체로 K로, 남유럽계통의 언어인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등에서는 C로 표기되었다.

외국어 표기법에서 나라별·언어별로 발음과 철자법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몇 가지가 어느 정도 혼용되어 쓰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Thank you'를 우리말로 표기할 때 '쌩큐'와 '땡큐'를 모두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Corea와 Korea가 혼용되어 쓰이다가 점차 Korea를 중심으로 국제표기법이 정리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이었다고 한다. 당시에 발행된 잡지에 보면 이와 같은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 나라의 이름은 고대에는 Scilla, Korai였고 500여년 동안 Chosen이었다. 지금은 Tai Han(편집자 주 : 대한)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Korea로 계속 부르고 있다. (영국) 왕립지리학회는 Korea가 철자 K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몇몇 다른 나라들은 여전히 C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K를 사용한다." ["Preface to first edition : A Chronological Index" 1901, Korea: Fact and Fancy, 1904]

"영어의 C나 K라는 글자는 Korea 언어로 ㄱ과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 이 글자는 한국어로는 '기역'으로 발음되지만 만약 우리가 C를 사용한다면 그 이름은 '시옷'으로 될 것이고, 모든 사람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그 글자의 이런 번역으로서 C의 무용성은 Corea라는 철자법이 채용될 때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 The Korean Repository > 1897년 12월호]


즉 Corea가 Korea로 바뀐 것은 일제의 조작이나 침략에 의해서가 아니다. 영국 왕립지리학회와 미국 국무성이 발음과 철자법상의 이유로 결정해 사용하기 시작한 뒤 점차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것이다. 다만 언어의 관행상, 한번 쓰이던 언어가 완전히 소멸되기란 어려운 일이므로, Korea와 Corea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함께 사용되고 있다.

Korea도, Corea도 맞다

Korea와 Corea 모두 우리나라를 바르게 표기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조선은 이 Korea 또는 Corea라는 국호를 무척 싫어했다는 것이다. 조선 왕조 입장에서 볼 때 그 명칭은 이미 없어진 나라(고려)의 국호였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은 '조선의 국호는 Chosen(Chosun)'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1883년 미국을 방문한 보빙사 민영익은 고종 황제를 'The King of Tah Chosun(대조선 국왕)'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근대국가로서 정체성과 국력이 미약했던 조선 왕조의 이러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Korea 또는 Corea로 남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표기를 Korea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48년 UN본부가 뉴욕에 설치되고 UN총회가 그 곳에서 열리면서부터다. 이와 달리 1945년부터 1947년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UN 총회가 열렸을 때는 한국은 Coree(혹은 Corea)로 표기됐다.

총회가 열리는 나라의 언어로 국호를 기록하다보니 파리에선 불어인 Coree로, 뉴욕에선 영어인 Korea로 표기했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다. 국제행사 때 한국 정부는 Korea라는 표기법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지난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때 이탈리아어의 한국 표기인 Corea가 쓰인 것과 같은 이유이다.

식민의 잔재는 피해의식만으로 청산되지 않는다. 식민 정책이 이 땅에 심어놓고자 한 것이 바로 열등감과 피해의식이었다. 어둠은 어둠이 아니라 빛으로 물리쳐야 한다. 새로운 역사는 민족의 자신감 및 도전하고 창조하는 열정으로 다시 쓰일 것이다.

글쎄, Corea면 어떻고 Korea면 어떤가? 모두 우리나라를 말하는 것이다. Scilla도 우리나라고 Chosen도 우리나라다. 우리는 모두 다 사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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