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미도 진상
사형수·무기수 아닌 ‘사관후보생’으로 모집했다
하니Only 김도형 기자
» 부대 소대장이었던 김방일씨가 공개한 실미도 부대원들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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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에서는 부대원들이 사형수 또는 무기수 등 흉악범 출신으로 묘사돼 있으나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 실제와 많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애초 모집관들이 사형수와 무기수를 대상으로 삼으려고 각 교도소를 돌아다녔으나 법무부에서 ‘만약 이들이 죽게 되면 주검을 유족들에게 인도해야 하기 때문에 안된다’고 난색을 표시해 이들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정에 파견된 공군 모집관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연고 불량배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부대원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자료에는 “특수임무를 띠고 중정에 파견됐다”고 적혀있으나 국정원쪽에서는 “모집관은 공군 사람들”이라며 부인하고 있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사관후보생에 준하는 월급, 배불리 먹고, 미군부대 취직 약속

» 영화 실미도의 포스터.
모집관들은 사관후보생에 준하는 월급(3000~3200원)에다 배불리 먹고, 미군부대 취직 약속 등을 좋은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한 모집관은 대전한밭 체육관에서 먹고자는 아이를 발견하곤 “국가를 위해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애국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모인 실미도 부대원들은 권투선수, 편물점 재단사, 입대 대기자, 서커스 단원, 음식점 요리사 출신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20~34살의 젊은이들이었다.

또 실미도 부대원 3명이 생존설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신빙성이 낮다”고 말했다. 소설 <실미도>를 펴낸 저자 백동호씨는 자신이 교도소에서 만난 소설 <실미도>의 주인공 강인창(실명)이 대열에서 이탈한 세명중 한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유가족들도 부인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훈련과정에서 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부대원끼리 서로 죽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훈련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부대원을 시켜서 집단린치를 가해 죽이는, 영화보다 더 잔혹한 ‘야수같은 행동’이 실제 실미도안에서 벌어졌다고 한다.




영화보다 잔혹한 야수 본능 “울면서 때려죽였다”

한 사형수는 재판과정에서 “울면서 때려죽이기도 했다.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고 증언했다. 진상규명위는 재판기록이 실미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 무엇보다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1972년 3월10일 임성빈 이서천 김병염 김창구 등 사형수 네명이 서울시 영등포구 오류동 소재 공군 제7069부대에서 사격장에서 사형집행된 뒤 33년간 공군본부 법무관실에서 기밀서류로 묶여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밀해제돼 진상규명위의 조사자료로 활용됐다.

사형수중 일부는 사형집행일인 1972년 3월10일 서울 오류동 공군 7069부대 사격장에서 애국가와 대한민국 만세 3창을 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고 한다. 당시 군검찰부장이었던 김아무개씨는 올해 1월 방영된 일본 엔에이치케이방송에서 내보낸 실미도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엔에이치케이스페셜>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의 애국심과 충성심에 놀랐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위는 지난달 28일 오류동 일대 사형수들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유골발굴 작업을 벌였으나 유골을 찾아내지 못했다. 실미도 부대원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7명이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 실미도 부대 특수훈련 모습 담은 사진

» 실미도 부대 특수훈련 모습 담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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