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성석제 지음, 김경호 그림 / 창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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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는 매우 친근한 소재이다. 업무와 관련된 경제서나 처세서 등은 뭔가 자신의 각오를 새롭게 다짐하는 듯한 자세로 읽어야 하고, 하다못해 여행정보서의 경우도 당장 낼모레 떠날 출장지와 관련한 것이 아닌 바에야 일종의 동경심을 갖고 보게 된다. 그런데 음식은 어찌 되었던 간에 하루 두세 번,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 접해야 하는 크고작은 선택의 '일상스러움'이겠다.

1960년생인 작가 성석제의 [소풍]은 산문집인만큼 작가의 기억 속에서 건져올린 '음식'을 소재로 사람살이의 풍경을, 한걸음 더 나가자면 사람살이를 통해 '음식'에 녹아 있는 지혜를 건져올리는 작품인 것 같다. 소재로 쓰인 음식의 종류를 보면 아마도 '너비아니' 아니면 미국에서 '통째로 먹는' 게요리 정도 이외에는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온갖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안동소주는 조금 비싸겠고, 고려호텔의 평양랭면은 아직은 저자니까 맛볼 수 있는 음식이겠지만... )

그 음식을 통해 세상살이를 보고, 우리의 '지나온' 역정을 다시 새겨보는 기억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특히나 그를 기억하는 누구나가 인정할만한 작가만의 특유한 문체를 보여주는 한 토막.

'택시기사가 일러준 집의 대문이 열려 있기에 나는 무심코 그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쪽에서 일반 여염집과 다른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고 있는데 양반동네의 기품과 기운이 느껴지는 할머니가 나왔다. 여기가 안동소주를 파는 곳이냐고 묻자, 할머니는 술 같은 건 애저녁에 다 나가고 없다는 요지의 말을 웅얼대는가 싶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야야, 야야" 하고 누군가를 불렀다. 딸인지 며느리인지 모를 젊은 여성이 젖은 손을 한 채 나왔다. 할머니는 대뜸 "왜 대문을 열어놓아가지고 지나가는 개나 소나 다 들어오게 만드느냐"고 꾸짖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택시까지 타고 왔다 '개'가 돼버린 나는 무안한 얼굴로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개망신'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택시를 타고 안동관광호텔의 매장까지 찾아가서 안동소주를 샀다. 가는 도중 동행에게 '술먹은개'라는 단어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가며.'(267~268쪽)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해가는 요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저자의 '과학적인(?)' 반성문, 우리네 음식의 소중함을 만화로 웅변하는 [식객]과 더불어 저자의 연륜에 맞게 시대를 관통하며 우리네 음식을 통해 가까운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삶의 변화과정을, 음식에 대한 기억을 통해 되살려내는 작가의 역량을 경험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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