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거문도 출신의 작가, 그가 겪어온 바다, 그리고 고기, 그리고 사람들

 

- 손암 정약전 <자산어보>(1814)의 내용을 먼저 소개한 후, 본인의 경험을 서술해가는 형식

 

- (알아볼 것) 사리 / 조금 / 몇 물

 

(생계형), 그러니까 옛날형 낚시인 것이다. 공동체가 살아 있을 때 주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는 고기잡이 다녀온 사람은 으레 이웃에게 나눠주곤 했다. "반찬이나 하소" 툭 던져주기도 하고 미안해서 안 받으려는 사람에게는 슬그머니 놓고 휭, 사라지던 모습 흔했다. 가난과 풍요를 분별없이 공유하는 것, 그게 공동체이다.(58)

 

활어회는 의심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주인을 믿을 수가 없어, 살아 있는 놈을 눈앞에서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하지만 회는 여덟 시간 정도 지난 것이 가장 맛 좋다. 죽음의 시간이 주는 맛이다.(143)

 

횟집이나 일식집에서 나오는 날치알은 인기가 좋다. 가미가 되어 있고 수입 열빙어 알이 섞여 있기도 하지만..(156)

 

오로지 도망치려는 물고기와 잡아올리려는 사람 사이 힘의 기우뚱한 균형, 줄이 터지기 직전까지만 허용하며 녀석을 지치게 하는 긴장의 순간들만 이어진다. 낚시에 빠진 동료작가 한 명은 이 순간을 오르가슴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툭. 채비가 터졌다. 세상에 줄 끊어진 낚시대처럼 허무한 게 또 있을까. 낚시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몸에서 피가 쭈욱 빠져나가고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을. 집안이 망하는 것보다 더 크고 깊은 절망을.(175)

 

(장어) 풍천은 지명이 아니라 바람이 들어오는 하천을 가리키는 일반명사이다. 이 녀석들은 날씨가 추어지면 잠시 강하구로 내려와 월동을 하는데 이때 주로 잡는다.(198)

 

기본적으로 갯바위 낚시는 들물 때가 유리하다.(213)

 

섬은 젊은 여자에게는 천형 같은 곳이다. 고된 노동, 물리적인 불편, 여러가지 제약 따위가 늘 사람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처녀 한 명 청산도로 시집가게 되면 친구들과 사흘을 내리 울었다. 집안일, 밭일, 갯일에 논일이 더해지기 때문이었다.(228)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바다는 무엇인가. 아직도 나는 그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306)

 

그런 이유 때문에 섬 음식은 탕이 발달했다. 곡식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귀보시탕이라는 게 있다. 귀보시는 목이버섯이다. 귀처럼 생긴, 짬뽕에 한두 개 들어 있는 얇은 버섯이 그것이다. 그것을 말렸다가 물에 불린 다음 전분가루를 풀어 만든다.(324)

 

전반적으로 부유해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부유해졌다는 것을 못 느끼는 모양이다. 이유 없이 불안하고 공연히 안달내고 가만히 있으면 손해 본다고 생각한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는 게 증거이다. 스스로 웃을 능력이 사라져버려 개그와 예능 프로에 눈 박고 있는지도 모른다.(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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