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아마도 자주 들춰볼 책일 것이다.

- 죽음과 기억에 대해.. 기억이 없으면 죽음과 다를 바 없을 듯..

- 카그라스증후군..

- 해설은 읽지 않는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근심으로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삶에 대한 걱정 때문에 죽음을 망쳐버린다.(몽테뉴 <수상록>에서..)(14)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는 마음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38)

 

수치심과 죄책감 : 수치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것이다. 죄책감은 기준이 타인에게, 자기 바깥에 있다. 남부끄럽다는 것. 죄책감은 있으나 수치는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타인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나는 수치는 느끼지만 죄책감은 없다. 타인의 시선이나 단죄는 원래부터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부끄러움은 심했다. 단지 그것 때문에 죽이게 된 사람도 있다 - 나같은 인간이 더 위험하지.(105)

 

나는 철학을 모른다. 내 안에는 짐승이 산다. 짐승에게는 윤리가 없다. 윤리가 없는데 왜 이런 감정을 느낄까. 늙어서일까. 내가 지금까지 붙잡히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살아 있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행복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는 날마다 살인을 생각하고 그것을 도모하던 때 아니었을까. 그때 나는 바짝 조인 현처럼 팽팽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오직 현재만이 있었다.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111)

 

(악을 이해하고 싶다고?)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이 아니오. 그냥 기도나 하시오. 악이 당신을 비켜갈 수 있도록."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덧붙였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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