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장바구니담기


영화 <비터 문>의 이야기 구조(로만 폴란스키 감독, 1993)...-62쪽

생은 결과적으로 내게 아무런 위로도 주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조심했고, 억눌러 견디었다. 시가 감정의 분출을 받아쓰는 것이라고 여긴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감정은, 일종의 얼룩에 불과했다. 싸구려 얼룩들을 지워야 맑은 유리 너머로 참된 세계 구조가 보일 거라는 게 나의 시론이었다. 그것을 '내 시론'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내 것이엉ㅅ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면서, 나는 다만 전투적으로 나를 억압하고 산 것뿐이었다. 이를테면 囚人으로서 나는 시간을 거의 다 써버렸다고 할 수 있었다.-130쪽

(골프를 빗댄 필연과 우연에 대한 대화 이후..) 다른 일행까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뛰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달려들어 선생님의 머리를 안아 올렸다. 머리가 내 품으로 들어오는 순간, 선생님이 눈을 반짝 떴다. 장난기가 가득 담긴 눈이었다. 그리고 곧 한 쪽 눈을 찡긋하더니, 내 귀에 대고 재빨리 속삭였다. "나한테 팔씨름 진 거, 이것으로 원수 다 갚았지?"-19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