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 제주 애월에서 김석희가 전하는 고향살이의 매력
김석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품절


아침 여섯 시경 먼동이 트고, 그 희붐한 햇살에 저 멀리 한라산도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떠났던 고향. 떠나고 싶어 했던 고향에 돌아온 것입니다. 금의환향은 아니지만, 타향에서 낙오자 신세로 갈 곳이 없어 낙향한 것은 아니니,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다행한 일이지요.-65쪽

제주 여행은 언제가 좋으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10월 말에서 11월 초라고 대답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지만, 억새와 고등어 때문입니다..(중략)..바다를 뒤덮는 물결과 들판을 휩쓰는 억새의 물결. 자연 풍광을 묘사할 때 쓰는 표현은 다양합니다만, 나는 아직도 제주 가을의 산야를 어떻게 묘사할지, 그 적당한 표현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중략)..소싯적엔 구이와 조림이 고등어를 먹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생선회로도 먹을 수 있게 되었지요. 특히 가을이 들면서 살이 통통해지고 거기에 기름기가 배어, 그 느끼하면서 고소한 맛이 실로 각별합니다. 이 맛을 제주에서는 '배지근하다'고 표현하는데, 표준어로 말하면 '감칠맛'에 가깝습니다.-139쪽

책이란 무엇인가?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책을 '인간이 상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 가운데 가장 놀라운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다른 것들은 신체의 확장에 불과하다. 현미경과 망원경은 시각의 확장이고, 전화는 음성의 확장이고, 칼과 쟁기는 팔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다른 것이다. 책은 기억의 확장이며 상상의 확장이다.-149쪽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이런 자부심 때문이겠지만, 이 마을에서는 초등학교가 학생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이자, 이를 염려한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집을 짓고 아이를 가진 가구에 무상 또는 저렴하게 집을 임대해주는 사업을 5년째 진행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196쪽

책이 한 개인 또는 한 사회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하듯, 번역은 한 나라, 한 시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19세기 후반의 동북아시아 3국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이때 근대화란 서구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일이 있었는데, 일본은 명치유신을 단행한 이후 1870년대 10년 동안에만 만 권의 서양 고전을 번역하여 근대화의 기초를 다졌고, 그 기세를 타고 날아올라 열강의 반열에 들어섰다. 반면에 중국은 중화사상(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다)에 사로잡힌 채 번역을 등한시하다가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한국은 쇄국의 빗장을 걸어 잠근 채 번역에는 아예 관심도 없었고, 그렇게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가 망국의 치욕을 당했다.-273쪽

책은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세상의 흐름을 돌려놓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팔자가 있듯이 책에도 운명이 있습니다. 누가 어떤 책을 만나 또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변화든 발전이든, 그것을 이루려면 우선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읽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책은 그런 것이고, 고전은 그 중심입니다. 고전의 바다에 풍덩 뛰어들었다 나오면, 여러분은 세상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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