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사코 걸어가겠다는 아버지를 뒷자리에 태우고 나를 앞에 태워 집으로 돌아왔다. 오십 시시 빨간색 오토바이는 생각보다 힘이 좋아 소리도 경쾌하게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늘어선 길을 달려갔다. 그날 삼촌은 생전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응석 아닌 응석을 부렸다.
- 혀, 혀, 혀, 형님!
삼촌은 잔뜩 겁...을 집어먹어 자신의 허리를 꽉 껴안고 있는 아버지를 불렀다.
- 왜?
- 고, 고, 고, 고마워요.
- 뭐라고?
아버지는 귓전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삼촌의 말을 못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잠시 후, 삼촌은 고개를 돌리고 다시 크게 소리를 질렀다.
- 이, 이, 이담에 도, 돈 많이 벌어서 펴, 펴, 편하게 모실게요!
- 이놈아, 나도 자식이 둘이나 있는데 왜 네가 나를 모셔?
이번엔 제대로 알아들었다. 아버지는 퉁명스럽게 말을 받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는지 주름진 얼굴에선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토바이는 큰 길을 벗어나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마을길로 접어들었다.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너른 벌판 위로 하늘 가득 잠자리 떼가 날고 있었다.'-54~55쪽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