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27 - 팔도 냉면 여행기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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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맛입니다. 스님."

"보살, 내 말이 맞지요? 자연의 리듬은 곧 인간의 리듬과 일치하는데 언제부턴가 속세 음식은 이 리듬을 거스르니 몸과 마음이 혼탁해지고 병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97쪽

"스님!"

"저...요?"

"이젠 이런 구실 만들지 마시고 편안히 오세요. 단 후원은 얼씬도 않겠다는 약속을 하셔야 합니다."

"그런 약속이 필요할까요? 이제 선재 스님을 마음 편히 만날 날이 없을 겁니다."

"예?"

"앞으로 사찰 음식 때문에 더욱 바빠질테니까요."

"아닙니다. 음식 때문에 수행에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음식도 부처의 마음입니다. 이제 스님의 특별한 능력으로 몸과 마음이 병든 중생들을 구제하시게 될 겁니다."

"제가 어떻게?"

"지금같이만 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부디 성불하소서."-99쪽

불가에서는 음식 맛을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먼저 음식의 맛입니다. 이것은 영양을 뜻합니다.
다음은 혀끝의 맛입니다. 이것은 기쁨의 맛입니다.
마지막은 기의 맛입니다. 음식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는 것입니다.-119쪽

(갑) 으음!
(을) 둘둘 말아서 한꺼번에 털어 넣는 맛과 차이가 있디 않구.
(병) 피양에 가까이 갔다 왔어.
(정) 오마니도 만난 것 같구나야.-183쪽

(갑) 엉덩이래 뜨겁고
(을) 머리래 차갑고
(병) 여기에 시원한 국수가 들어가니까 이게 진짜 고향의 맛이 아니고 뭐갔서!
(정) 구수한 메밀 향기!
(무) 덜큼한 육수 맛!
(기) 톡 쏘는 통치미!

"오마니이... 내래 죽으믄 화장하고 임딘각에서 북쪽으로 세게 바람 불 때 날려버리라우. 몸은 오마니를 만날 수 없으니끼니 뼛가루라도 고향 가야 되지 않갔서!"

"어느 간나 새끼래 냉면 맛있게 먹는데 찔찔 짜고 기래?"
"눈물 나오는 거, 병 옮듯이 돌림병이란 거 모르네?"

"보인다!....... 보여!........ 오마니의 치맛자락이 대동강변의 버들가지같이 팔랑거리는 것이 보인다."

(많은 분들처럼 저도 이 장면에서는 눈 앞이 흐려지는 걸 참을 수 없었습니다.-인용자)-203쪽

음식은 정을 만들고 감동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리움을 갖게 한다.

음식은 어머니다!-211쪽

(진수) "밀면 집 아들로 부모님 직업이 부끄럽다고 생각하신 적 없으세요?"
(성찬) "......."
...
(성찬) "결국 나 때문에 여기(부산)까지 온 거구나. 아들이 부모 직업 부끄럽게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나도 그냥 차장수 계속 하라는 거지?"

(진수) "난 이 세상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원래 모습 그대로의 반찬이 좋아. 그 이상도 이하도 없어. 그래서 결혼까지 한 거고. 반찬이 차장수를 해도 나나 아기가 창피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취재 핑계를 대고 부산에 온 거야. 반찬은 도시 생활과 인간관계에 찌든 김진수에게 풍경이자 휴식 같은 사람이야. 난 풍경이 삭막하게 변하는 게 싫어."-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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