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구판절판


'두 사람은 같은 족속이었다.'
순간 혼마의 뇌리를 스친 것은 바로 그 말이었다. 세키네 쇼코와 신조 교코... 두 사람은 같은 괴로움을 짊어지고 살았던 것이다. 같은 것에 쫓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이 두 사람은 동족끼리 서로 잡아먹은 것이나 다름없다.-329쪽

"죽어 줘! 제발 죽어 줘, 아빠! 그렇게 간절히 바라면서 교코는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던 거예요. 자기 부모 아닙니까? 그런데도 아버지가 죽었기를 바라다니, 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교코의 그런 모습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제 마음 속의 제방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343쪽

그렇지만 혼마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고즈에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이야기인지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는 신조 교코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쩌면 저렇게 자그마하고 화사할까.
겨우 찾아냈다.
드디어 그녀를 만난다.
타모츠가, 교코와 고즈에가 앉아 있는 테이블 가까이 다가갔다.
고즈에는 약속대로 현명하게 처신하며 이쪽을, 타모츠를 보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교코의 귀고리가 빛을 내며 흔들거리고, 그녀의 가느다란 어깨가 즐겁게 움직인다.
너무 커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표식을 발견했을 때처럼 신선한 놀라움을 느끼면서 혼마는 생각했다.
무엇을 물을까는 문제되지 않는다. 나는 자네를 만나면 자네의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자네 혼자서 힘겹게 등에 짊어지고 왔던 이야기를. 도망 다녔던 세월 속에서, 숨어 지내던 세월 속에서, 자네가 비밀리에 쌓아 왔던 이야기들을.
시간이라면 충분히 있다.
신조 교코.
그녀의 어깨어 타코츠가 손을 얹었다.-44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