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003년 6월) 19일 한나라당 언론특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안에 관련법을 정비하여 KBS 2TV와 MBC의 민영화를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또 KBS의 시청료를 폐지하고 방송과 신문의 겸영 금지를 철폐하겠으며 MBC 등 공영방송을 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작년 대선 과정에서도 한나라당은 민영화와 국정감사를 들먹이며 공영방송을 협박하고 신보도지침으로 압력을 가하다가 여론의 집중포화 앞에서 어물쩍 물러선 적이 있다. 상업적 채널이 늘어가는 방송환경에서 공영방송을 민영화하겠다니, 무엇을 근거로 펼치는 논리인지 알 수 없다. - 2003년 6월 25일자 사설 <부역 언론인들이 주도하는 방송정책> 일부 -225쪽
어째 조선일보가 조용하다 했더니, 신경무의 '조선만평'이 '정연주 죽이기' 역할을 떠맡고 나섰다. 정연주가 생방송 '나와주세요'의 카메라 앞에서 전두환을 가리키며 "국민 여러분, 지도층이 이래서야 되겠습니까?"라고 말하는데 그의 등뒤엔 '3부자(父子) 병역면제'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고, 전두환은 "진짜 얼굴 두껍네!"라고 외친다. 에라 이 몹쓸 양반들아! 그러나 그건 <조선일보>의 워밍업에 불과한 것이었다. <조선일보> (2003년) 7월 4일자엔 이라는 제목의 사설과 더불어 문화부 차장 김명환이 쓴 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려 있다. 왜 또 정연주 타령인가? 김명환은 네티즌을 빙자해 칼럼을 다음과 같이 끝맺는다. "네티즌들 중에는 '다음 번에 정연주 KBS 사장 집에 찾아가 한밤중에 카메라를 들이대보라'고 제언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왕 시작했으면 정 사장 자녀들의 병역 의혹을 잘근잘근 씹으며 캐물어 달라는 냉소적인 요청이다. 이런 네티즌들의 요청에 KBS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236쪽
<조선일보>를 씹어대는 네티즌들은 천하의 잡놈들이며 인터넷은 재앙이라는 식으로 욕할 때는 언제고, 자기 필요할 땐 그렇게 네티즌의 의견을 우대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이어서쪽
한국이 자랑하는 중앙집권주의는 우리의 모든 삶을 관통하고 있다. 비판 문화도 예외일 수는 없다. 신문에서 이뤄지는 모든 비판을 비판의 대상 중심으로 통계를 내보면 어떨까? 대부분 정부와 대통령을 향하는, 놀라운 수준의 중앙집중성을 보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런 비판의 내용을 따져보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상호 상충되는 비판이 너무 많다. 특히 이념적으로 그러하다. 진보주의자는 대통령이 보수적이라고 비판하고 보수주의자는 대통령이 진보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상호 논쟁을 하지 않는다. 각자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서만 외칠 뿐이다.-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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