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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평점 :
(화두)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 전제하고 복음서를 읽는 건 예수의 절절한 삶을, 다시 말해서 복음서를 읽는 이유나 가치를 내팽캐치는 일이다. 복음서는 '한 평범한 시골 청년이 어떻게 하느님의 아들로 여겨지게 되었는가'를 증언한 책이지 '하느님 아들의 인간 흉내 쇼'를 적은 책이 아니다.(63쪽)
(방편)
* 제자들은 제 스승을 사칭하고 다니는 사람을 가로막았다는 것을 예수에게 유세하듯 말한다.(149)... 예수는 나와 남이라는 구분을 해체할 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나에게 벗어날 때 비로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150)
* 제자들의 바람대로 예수가 인민들의 힘을 모아 외세와 괴뢰 세력을 물리치고 왕이 된다면, 인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선정을 베푼다면 얼마나 좋을까? 잡혀 수난 받고 죽어버린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지 않은가? 부활해서 인류의 구세주가 된다? 그건 세월이 지나 예수의 죽음이 기독교라는 새로운 종교의 교리가 되었을 때 나오는 이야기다.(172)
* 우리는 예수가 자본주의라는 마몬(물질적 부)의 체제 속에서 물질적 탐욕과 이기심의 덩어리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와는 비할 바 없이 청정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199)
* 또한 이스라엘의 전통에서 '머리에 기름을 붓는 일'은 왕의 즉위식을 뜻한다. 호화로운 궁궐이 아니라 세상에서 버림받은 나병 환자의 집에서 열린 왕의 즉위식. 예수는 왕이다. 인민들에게 군림하는 기존의 왕과는 정반대의 자리에 선 왕,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함께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먼저 실천하고 보여 주는 왕이다.(220)
* 모든 해석이나 의견을 존중하더라도 절대 생략되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예수가 '지배체제에 의해 사형당했다'는 사실이다. 예수와 관련한 모든 해석과 의견들은 예수가 '왜 사형당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254)
강조한 두 문장을 깊히 생각해볼 때, 기독교라는 거대한 외형 속에 존재하는, 예수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제대로 해석해내지 못할 때, 우리는 종교의 도그마에 빠지기 쉽다. 많은 율법학자들과의 논쟁에서 예수 스스로가 항상 타파하고자 했던 그 도그마. 책을 덮으며 생각컨대, 도올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역사적 사실에 접근한 저자의 정연한 분석을 통해 '진정한 예수'를 묵상해볼 수 있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