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빚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알거지 정부가 1000조 엔을 빌려 연명할 수 있는 원천은 무엇일까? 알부자 국민의 금융자산 1500조 엔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은 직접 국채를 사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 금융자산을 은행 예금이나 투자신탁, 보험 형태로 금융회사에 맡긴다. 금융회사는 이 돈으로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인다. 일본 국내의 민간 자금이 일본 국채의 90% 이상을 소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정부 빛 1000조 엔은 근원을 따져보면 대부분 국민들 금융자산에서 차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금융자산이 없었으면, 일본 정부는 모자란 돈을 외국에서 차입했어야 했고, 결국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한국처럼 파국을 맞았을 것이다.-41쪽
일본에서 저축률이 급락한 시기는 앞서 설명한 생산연령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기(1995년)부터 전체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기(2005년)와 겹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저축률이란 소득 중 얼마만큼 저금하느냐를 나타낸다. 생산연령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근로소득을 얻는 국민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생산연령 이상(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근로소득을 얻지 못하고 대신 그동안 안 쓰고 모아 놓은 돈, 즉 저금을 부수어 소비하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즉 일본의 저축률 하락은 미국, 영국, 캐나다와 달리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동, 고령화의 결과였다. 즉 고령화를 막지 못하는 이상, 일본의 저축률은 조만간 마이너스로 하락하고 1500조 엔의 든든한 금융자산은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령화로 인한 저축률 하락으로, 고령사회를 지탱해 온 저축기반이 와해되는 심각한 모순에 직면한 것이다.-51쪽
실제로 로봇은 새 옷을 갈아입고 공장으로부터 가정으로 파고들고 있으며, 이런 인간친화형 로봇은 21세기 황금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모' 역시 기술 진보에 의해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 수준이 되었을 때, 인간 옆에서 인간을 도와주는 아톰 같은 로봇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혼다가 꾼 과거의 꿈이 미래의 산업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참고로, 혼다의 공식적인 기업 운영방침 다섯 가지 중 위 세 가지를 꼽으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항상 꿈과 젊음을 유지하는 것, 둘째, 이론과 아이디어와 시간을 존중하는 것, 셋째, 일을 사랑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것. 현대자동차의 공식적인 경영이념 다섯 가지 중 위 세 가지를 열거하면 이렇다. 첫째 상품경쟁력 강화, 둘째 현지화 전략, 셋째 브랜드가치 향상. 경영철학만 보아도 누가 꿈을 추구하고 꿈을 이룰지 알 수 있지 않을까.-90쪽
1990년대 장기불황 이후 일본은 금융권 정규직의 40%가 잘려 나갈만큼 혹독한 인력 구조조정을 겪었다. 경영 용어로 말하면 '회사의 주인'이던 직원이 기업의 이익과 대치되는 재무재표상의 '코스트(비용)'로 전락한 과정이었다. 미라이공업과 창업다 야마다는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도요타와 오쿠다가 저항한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극적이었다. 일본은 오쿠다와 도요타에 대한 열광 이상으로 야마다와 미라이에 열광한다. 인간을 '코스트' 취급한 영미식 자본주의를 향해 마치 무대에 선 배우처럼 크게 호통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니면 대체 누굴 위해 회사는 존재하는가?" 라고.-145쪽
'실천적 지혜'란 무엇인가?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선한 것을 판단하는 능력, 지식을 창조하는 장을 만드는 능력, 본질을 터득하는 능력, 터득한 것을 콘셉트화하는 능력, 콘셉트를 실현하는 능력, 이 모든 실천적 지혜를 전승하고 육성하는 능력을 말한다.-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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