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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는 각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조문단이 합장하며 조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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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생전의 김수환 추기경을 지켜봐 온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떠올릴 때 맨 먼저 인자한 미소를 연상케 된다. 김 추기경은 암흑의 세력엔 더없이 꿋꿋했지만, 서민들에겐 언제나 유머와 웃음으로 대하는 소탈한 면모를 보였다.
이를 보여주는 일화 한 토막. 김 추기경이 2007년 모교인 동성중고 100주년 기념전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이 기념전에 그는 ‘바보야’라고 적은 자화상을 선보였다, 그러곤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인간이 잘나봐야 얼마나 잘났겠나, 내가 제일 바보 같을 수도 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에서 나온 김 추기경의 웃음은 많은 사람에게 힘과 희망을 주는 활력소였다.
‘삶은 계란’ 이야기는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삶이 뭔가,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기차를 탔다 이겁니다. 기차를 타고 한참 가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삶은 계란, 삶은 계란’이라고 하는 거죠.”(2003년 11월18일 서울대 초청 강연에서.)
엄숙한 종교 행사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대교구 최성우 신부는 어느 수도회의 신부 서품식이 있던 날의 이야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추기경께서 수도회 쪽에서 준비한 내용대로 ‘이 신부님은 어릴 적에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라고 소개를 하시다가 아래쪽을 보니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성이 그 신부의 어머니와 같이 서 있는 것이었다. 추기경께서 ‘신부님 삼촌이세요?’하고 물으시자 그 남성은 ‘아버지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순간 긴장감이 돌고, 신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추기경을 주목했다. 그때 추기경님이 ‘아버지께서 서품식이 너무 기뻐서 부활하여 오셨습니다’라고 대답하셨다. 그 바람에 모두가 박수를 치며 웃을 수 있었다.”
김 추기경은 대중과의 소통에서 격식을 따지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노래다. 최 신부는 “대중과의 친화력에서 노래만큼 좋은 것은 없다”며 “추기경님은 노래를 요청받으면 성가를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적절하게 선곡을 해 부르셨다”고 회고했다. 김 추기경의 한때 애창곡이었던 <향수>는 젊은 사람들도 벅찬 긴 가사의 노래였지만 김 추기경은 하룻만에 다 외워 불렀다고 한다.
대중과 함께하려는 그의 마음은 김수환 추기경 공식 홈페이지(cardinalkim.catholic.or.kr) 안의 ‘사랑의 편지’에 잘 드러나 있다. 김 추기경은 1998년 12월부터 2000년 3월20일까지 신도들과 1300여통을 직접 주고받았다. ‘혜화동 할아버지’란 이름으로 때론 어린 학생들의 진로 상담에도 응했다.
마지막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적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그 하느님은 우리를 가이없이 사랑하십니다. 그 사랑 속에 사십시요. 그러면 빛 속에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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