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구글, 전자책시장 선점 격돌 [중앙일보]


아마존 리더기 ‘킨들2’ 공개
잡지 크기에 책 1500권 담아


‘전자책(e-book) 시장은 우리가 접수한다’.


 
 
세계 e-book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콘텐트시장 선점을 놓고 아마존과 구글의 다툼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24일 출시하는 e-book 리더기 ‘킨들(kindle)2’다. 무선으로 책을 구매하고 내려받아 읽을 수 있는 기기인 ‘킨들’은 우리말로 ‘불을 붙이다’는 뜻으로, 외신들은 “킨들이 말 그대로 e-book 시장 경쟁에 더 큰 불을 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최근 홈페이지(www.amazon.com)에 제프 베조스 CEO의 편지를 게재해 네티즌에게 킨들2의 탄생을 알린 데 이어 9일(현지시간) 뉴욕의 모건도서관에서 발표회를 열었다. 기존 ‘킨들’이 출시된 지 1년3개월 만이다.

아마존에 따르면 킨들2는 기존 것보다 얇아진 반면 메모리를 7배나 늘렸다. 두께는 0.9㎝(0.36인치)로 얇은 잡지 부피와 비슷하지만 1500권에 달하는 책의 내용을 담을 수 있다. 문자로 된 텍스트를 소리로 전해 주는 ‘오디오북’ 기능도 추가됐다. 베조스는 편지에서 “책과 신문·잡지는 물론 블로그까지 ‘킨들’로 읽거나 들을 수 있다”며 “아마존의 꿈은 앞으로 모든 언어로 된 모든 책을 60초 안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NYT)는 “아마존의 목표는 출판계의 애플이 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NYT는 “애플이 아이팟을 출시하고, 디지털 음원숍인 아이튠스토어(iTune Store)를 통해 음악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e-book 시장의 지배자가 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는 e-book 콘텐트는 23만 종이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그 절반인 12만5000종에 불과했다.

그러나 구글의 공략도 만만치 않다. 이미 700만 종의 책을 스캔해 e-book 콘텐트를 준비해 온 구글은 최근 이를 휴대전화 등에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도 아마존의 독주를 막을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애플의 아이폰(iPhone)과 아이팟 터치(iPod Touch·애플의 PMP)로 콘텐트를 내려받아 읽고 있는 독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팟 터치가 229달러대에서 시작하는 데 반해 가격이 359달러에 달하는 킨들2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반면 국내 e-book 시장은 현재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국내 최고의 전자책 서비스업체인 ‘북토피아’는 경영권 분쟁 등에 휘말리면서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북토피아에 콘텐트를 넘겼던 출판사들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e-book 출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상수 북큐브네트웍스 콘텐트 사업본부 과장은 “e-book의 유행에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국내 출판사들은 아직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그러나 국내 몇몇 대기업이 킨들과 경쟁할 e-book 리더기를 개발하고 있고, 여러 업체가 e-콘텐트를 축적하고 있는 등 e-book 시대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분주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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