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뚝뚝 떨어지던 경기가 올해 초에는 더욱 얼어붙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 한파를 넘어 경제 빙하기로 접어든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일부 증권사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고 청와대도 비상경제상황실을 지하 벙커에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미디어에 나오는 전문가들의 불황 대책을 보면 한가롭기 짝이 없다. 대표적인 것이 불황기가 인수ㆍ합병(M&A)의 적기라는 지적이다. 주가가 폭락해 있으니 헐값으로 경쟁사를 살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업계 순위를 단번에 뒤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어려운 시기에 M&A할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이 몇 개나 되겠는가?
광고 투자도 마찬가지다. 어느 광고대행사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불황기에 마케팅 광고 투자를 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오히려 투자를 동결하고 있고 경비 삭감을 위해 광고비마저 줄이고 있는 처지다.
그러면 불황에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영업으로 승부해야 한다.
영업은 기업 활동 중 유일하게 매출을 일으키는 활동이다. 광고나 투자 등이 돈을 쓰는 활동인 데 비해 영업은 돈을 벌어다주는 유일한 활동인 것이다. 이 때문에 불황기에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영업 전문가를 전진 배치하고 영업인력을 풀가동하는 것이다.
그러면 영업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불황기에 고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분석해 보면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고객들이 충동구매를 자제하고 보다 합리적으로 구매한다는 점이다. 고객들의 이러한 행동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영업 담당자들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이나 특성을 자세히 알려주는 설명형 영업을 보다 활발하게 전개해야 한다.
불황기 고객의 두 번째 특성이 아예 제품에 대한 구매 빈도와 구매 수량을 줄이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역으로 구매 수량을 유지하도록 제안하거나 경쟁사와 차이점을 부각시키는 제안형 영업이 유용하다.
예로부터 불황기는 영업의 계절이라고 일컬어져 왔다. 불황기에는 말보다 몸으로, 입보다 발로 때우는 영업이 보다 각광받게 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올해를 머리보다는 발이 부지런해야 되는 한 해로 규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영업은 계획보다는 매출이라는 결과로 말하는 속성이 있다. 이 때문에 영업의 진가를 아낌없이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불황기인 것이다.
불황에는 능력 있는 영업 담당자나 영업부서들과 그렇지 못한 담당자나 부서들과 실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그 결과 영업 부문은 더욱 정예화되고 이러한 결과는 향후 회사 조직 전체를 정예화된 영업이 끌고 나가는 기초가 된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고 불려 온 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업자는 호황도 좋지만 불황은 더 좋다는 명언을 남겼다. 호황 때는 가만히 있어도 잘 팔리니 좋다는 것이고, 불황 때는 그간의 낭비를 모두 떨쳐내고 기업의 실력을 새롭게 담금질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쓰시타가 불황으로 자신의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노구를 이끌고 은퇴한 회사에 복귀하게 되었는데 그때 단 직함이 바로 영업부장이었다. 불황을 영업으로 돌파하겠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면이라고 하겠다. 한국 기업들도 이 미증유의 불황을 영업으로 돌파하자.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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