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 이소선, 여든의 기억
오도엽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지겹도록 고마운..'이라는 책 제목은 생소하다. 고마움이 지겨울 정도라니...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의미는 확연하게 가슴에 새겨진다. 어떠한 수사보다 더 강렬한 어머님만의 표현이 새겨진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질곡을 오직 한 길로 헤쳐나오신 우리들의 어머니, 오직 아들과의 약속을 위해 팔십 평생을 살아오신 전태일 동지의 어머니 이소선님. 그 분의 육성기록이 오도엽 시인의 글을 통해 책으로 태어났다.  

진보하는 역사의 주체가 일하는 사람이기에, 어머니의 구술은 대한민국 현대사 한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다. 아니, 언제나 그 선봉에 계셨던 분이다. 매 순간의 현장에 계셨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통해 현대사를 다시 만나보는 일은 감격스러운 일이다. 

이제 '지팡이를 절대 짚지 않겠다던 이소선은 결국 지팡이를 짚을 수밖에 없'고,  '눈에 백내장이 끼였다고; 하며, 수술을 하려 해도 '당뇨와 혈압이 높아 수술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처음 만날 때 두 주먹이었던 약이 세 주먹이 되'었다고 한다.(에필로그에서 인용) 책을 읽고 난 뒤, 어머니의 육성을 이렇게 남겨둘 수 있는 것이 참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기록이 몇 번이라도 콧물을 훌쩍이며 눈물을 찍어내게 만드는 요인은 진실, 그리고 가없는 실천이 주는 감동의 파장 때문이 아닐까.  내 삶이 때로 어렵게 느껴질 때면 이 책을, 그리고 <밑줄긋기>에 옮겨놓은 글귀를 통해 나를 추스릴 수 있을 것이다. 책이 나오고 얼마 되지 않은 때, 우연한 기회에 오도엽님을 한 번 뵌 적이 있다. 혹여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찬 소주라도 한 잔 나누고 싶다.  

이 땅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이신 작은 선녀님, 부디 오래 강령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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