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홉 - 문인수
누가 일어섰을까. 방파제 끝에
빈 소주병 하나,
번데기 담긴 종이컵 하나 놓고 돌아갔다.
나는 해풍 정면에, 익명 위에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정확하게
자네 앉았던 자릴 거다. 이 친구,
병째 꺾었군. 이맛살 주름 잡으며 펴며
부우- 부우-
빠져나가는 바다,
바다 이홉. 내가 받아 부는 병나발에도
뱃고동 소리가 풀린다.
나도 울면 우는 소리가 난다.
- <배꼽> 창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