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홉 - 문인수 

누가 일어섰을까. 방파제 끝에 

빈 소주병 하나, 

번데기 담긴 종이컵 하나 놓고 돌아갔다. 

나는 해풍 정면에, 익명 위에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정확하게 

자네 앉았던 자릴 거다. 이 친구, 

병째 꺾었군. 이맛살 주름 잡으며 펴며 

부우- 부우- 

빠져나가는 바다, 

바다 이홉. 내가 받아 부는 병나발에도 

뱃고동 소리가 풀린다. 

나도 울면 우는 소리가 난다. 

 

- <배꼽> 창비 2008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달빛푸른고개 2009-01-0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개월만에 시 한편을 읽어본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신분을 숨긴 경찰이 들어간 날이다. 삶이 팍팍할수록 시를 읽는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