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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소녀들 ‘뱀파이어 미소년’에 홀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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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미소년과 인간 소녀의 풋풋한 사랑을 다룬 영화 <트와일라잇>(사진)의 동명 원작 소설과 후속편이 십대 소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전국 주요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 도서 판매 현황을 집계해 매주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트와일라잇>(4위)과 후속편인 <뉴문>(7위), <이클립스>(8위)가 10위 안에 한꺼번에 올라 있다. 책을 낸 출판사 북폴리오 쪽은 독자의 대부분을 10대 소녀로 보고 있다. 출판사가 만든 카페에는 1만5천명 가까운 회원들이 모여 소설 감상평을 돌려보고 국외 매체에 나온 작가의 인터뷰를 번역해 올리는 등 작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거나 팬픽, 팬아트를 활발히 올리고 있다. 이들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4부 <브레이킹 던>과 번외편인 <미드나잇 선>의 원서를 구해 읽기도 한다.
<트와일라잇>은 식당 손님 역으로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스테프니 메이어의 첫 소설이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로 지내다 어느 날 아름다운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꾼 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트와일라잇>은 33개국에 번역 소개돼 모두 1700만부가 팔렸다. 2007년 2월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때는 주목 받지 못했지만, 영화 개봉에 즈음해 지난 7월 개정판이 나오고 영화 스틸 컷을 표지로 세운 특별판도 출간되면서 지금까지 10만부가 팔렸다. 개정판과 함께 출간됐던 <뉴문>도 10만부 가까이, 지난 22일 출간된 <이클립스>는 순식간에 5만부가 팔렸다.
4부작으로 구성된 소설은 뱀파이어 소재를 양념처럼 깔았지만 하이틴 로맨스의 공식에 충실하다. <트와일라잇>은 새로운 환경과 맞닥뜨린 소녀가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학교 안의 계급 관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무리를 만나 그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매혹적인 뱀파이어인 남자 주인공은 또래보다 성숙하고 예민한 주인공 소녀에게 지고지순한 순정을 바친다. <뉴문>과 <이클립스>에서는 뱀파이어들과 적대 관계에 있는 늑대인간의 후예인 또다른 소년이 전면에 나서며 이들과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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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자체만으로는 새롭지 않은 소설이 10대 소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데는 물론 영화의 힘이 컸다. 임지호 북스피어 편집장은 “하이틴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뱀파이어 소재를 첨가해 ‘잘 읽힐 만한 아기자기한’ 소설에 영화가 확실히 강조점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설의 인기가 단순히 영화의 흥행에 힘입은 결과라고만은 보기 어렵다. <트와일라잇> 팬들은 번역 소개된 후속편은 물론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원서로 구해 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로맨스 장르소설 팬들과 영화를 보고 로맨스 장르에 매력을 느낀 새로운 팬들을 규합한 모양새다.
김봉석 문화평론가는 “<트와일라잇>은 가장 전형적인 로맨스 장르로 일본 라이트노벨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애니메이션에 기반을 두고 있어 보통 독자들에게는 접근성이 제한돼 있던 라이트노벨과 달리 정통소설로의 보편성을 띠고 10대 독자들에게 다가간다”며 “요즘 시국이 안 좋아 소설이 잘 팔리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현실에서 도망치고픈 욕구가 강한 10대들이 빠져들 여지가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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