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수 선생의 낙법
이석범 / 민음사 / 1993년 2월
품절


교직사회란,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괴어 있는 웅덩이와도 같아서 바깥 세상이야 어떻든 나름대로의 보수적 질서만이 강고한 힘을 발휘하는 까닭이었다. 돌멩이 하나가 떨어지면 그만큼의 파문이 한 번 일기는 하지만 다시 예전처럼 잔잔해지는 것도 말 그대로 시간문제여서 고요히, 썩어가는 줄 모르게 썩어가는 것이었다.-129쪽

그때 우리 가슴에 이름 모를 멍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치유되지 않았지요. 뭐가 어찌 된 노릇인지, 그저 <선생질>에서 <발길질>로 이어지는 산 공부만 뼈아프게 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142쪽

문:(담배를 꺼내 문다) 채선생한테 좀 미안한 말이지만, 그 짓도 결국은 소진증후군에 감염되어 녹아버리게 된다구. 또 하나의 허위요, 서툰 이데올로기가 될 뿐이란 말이지. (한숨과 섞어서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교직이란 그 어떤 것도 깡그리 녹여내는 용광로야. 허긴, 채선생처럼 그때그때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다면 병증이 되지는 기간이 훨씬 길어지긴 하겠지만. (중략) 임:(가래가 걸린 음성으로) 말들도 참, 되게 어렵게들 하네. 그저 딴 일 없으니 먹고 살라고 선생하는 거지 뭐. 40년 가늘게 먹고 싼 똥, 그것마저 남 주는 게 선생이여.-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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