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말리고 거두어들인다고 분주한 날들이다.
누구에겐 백만 원이 작은 돈이고
어떤 이에겐 논 한 단지 거두어들이고 남는 피땀 같은 큰 몫이다.
필요와 용처에 따라 돈은 그 가치를 달리한다.
고추 값이 올랐다. 추석 전에 스무 근 정도 사두었어야 했다.
지천 댁이 마지막까지 밭에서 거두어들인 고추가 오십 근 넘게 나왔다.
자식들 보내주고 김장 이백 포기 이상 담으려면 스무 근 정도 더 사야 한다.
경제와 살림 이야기로 담배 한 개비가 금세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이야기의 끝은 항상 이만하기 다행이고 족하다는 것으로 마감한다.
돌아서 나오다가 며칠 전부터 물어보려고 했던 일이 생각나
목에 각을 좀 세우고 약간 사납게 물었다.
"지천 엄니, 엄니가 형한테 내 배추 농사는 엄니 입으로 짓는다 했소?"
"그라제. 나 시킨 대로 혀잖여."
밤중에 다시 몰래 와서 지천 댁 감나무를 사정없이 흔들어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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