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혹 차를 세우고 물어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내가 좋아하는 식당들을 알려준다.
그 식당들이란 대개 한 그릇에 삼천 원에서 오천 원 정도 하는
읍내의 오래된 식당들이다.
내장탕, 선짓국, 갈치찌개, 추어탕, 다슬기탕, 팥국수…
사람들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얼굴로 다시 물어 온다.

"그런 곳 말고 좀… 고급스러운 식당 없습니까?"

우연인지 모두 그랬다.
결국 '가든', '회관' 이라는 간판이 붙은 집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
차 안의 아이들이 추어탕을 먹지 못한다는,
차 속의 아내가 갈치를 싫어 한다는,
이왕 멀리 유람 왔는데 좀 그럴 듯한 것을 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그러할 것이다.
그런 선택이 타당할 수도 있다.
가장으로서 모처럼 가족과 나선 나들이 길에
겉보기에 번듯한 그런 식당에서 '외식' 모양새를
갖추는 것도 나름 뜻있는 일일 터이니.

세 가지 이유에서 그렇고 그런 허름한 식당들을 권하고 실제 좋아한다.
우선은, 지역 경제를 생각함이고 두 번째로는 역시 음식 맛에 대한 기호에서 그렇다.
나 혼자가 아닌 일행이 있다면 세 번째 이유는 가장 중요하다.
'경험'이다. 맛은 경험이다. 경험 중에서도 문화적인 경험이다.
경험을 통해서 혀는 훈련되고 미각은 확장된다.
음식은 사람의, 지역의, 나라의, 민족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간만에 곡성장터 국밥집엘 갔다.
맑다고 표현할 만한 선지순댓국을 아침이랄 수 있는 시간에 먹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삼천 원이었는데 오백 원 올랐다. 그 집 며느리가 살짝 얼굴을 붉힌다.
구례 읍내 장터 돼지국밥집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삼천 원에서 사천 원으로 올랐으니 많이 오른 것이다.
인상에 대한 안내 문구 같은 것은 없고 손님들이 계산할 때 마다 설명을 하신다.
일어나면서 사천 원을 건네 드리니 '다음 장부터' 달라고 하신다.

"그동안 묵어 준께 고마워서…"
"아니요 엄니. 그동안 싸게 밥 먹여 줘서 제가 고맙습니다."

그래서 권한다.
한적한 동네로 나들이 가시거든
두 번에 한 번은 그 지역 읍내 식당을 이용해 달라고.
메뉴 보고, 식당 안을 흘깃 보고 '현지 사람들' 제법 앉아 있다면
성공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 출처 ; www.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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