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편지를 받을 즈음이면
제주도를 쑥대밭으로 만든 태풍 나리는
한반도를 벗어 난 다음일 것이다.
이미 이틀 동안의 비와 바람으로 일부 들판의 벼는 쓰러졌다.
일요일 늦은 10:30. 아직 사무실이다.
바람이 몇 시간 사나웠고 지금은 별이 총총하다.
들판은 묵墨바다이니 상황을 알 수 없다.

출렁이는 황금빛 가을 들판을 상상하기엔 아직 이르고
인간은 거대한 힘 앞에서 너무 무력하다.
당신이 지난 가을에 어느 들판 길을 가로질러
그 황금빛 물결 속을 유영했다면 그것은 그 모습을 가능하게 한
늙은 농부의 피나는 노동 덕분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라보아서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지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즐기고 감탄하는 것은 '눈길'이고 가꾼 것은 '손길'이다.

"엄니, 오늘 밤에 태풍이 여수로 올라온다네요. 큰일이요."
"하이고 헐 수 없지. 하늘 허잔 대로 혀야지 별 수 있나."

- 출처 ; www.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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