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모종 옮기기 전,
너무 긴 비에 덩어리진 채 딱딱해진 발고랑에 호미질을 해야 했다.
뙤약볕이지만 제법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토닥거리고 있자니
한 분 두 분 품앗이로 모여들었다.
'사무실이 농사일을 뭐 알겄어.' 라는 여론은 워낙에 확고하다.
지난주에 뿌려 둔 무우는 싹이 확실하다.
모두들 지리산닷컴의 무우 고랑을 칭찬하느라 침이 마른다.
"근데 약을(농약) 안 한담서?"
"예. 그냥 재미삼아 하는 텃밭이고 제 입으로 들어갈 것이라."
"그래도 한 두어 번은 해줘얄 텐디.
안 그럼 일일허니 손으로 벌레를 잡아줘얀당께."
"잡지요 뭐. 얼마나 넓다고 못 하겠습니까."
이런 수작들을 나누고 있는데 지천댁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농약 이야기 나오면서부터 그랬던 것 같았고 자세히 보니 삐죽하니
웃고 있는 듯 도 하다. 가만 가만…
"지천 엄니, 혹시…"
"쪼까했어. 새벽에 약 앵기고 들어오다가 벌거지가 보이길래…
아 그거 한번 정도는 암시랑토 안 혀."
내일은 밭고랑에 DMZ용 철조망을 설치할 생각이다.
이제 동지들과의 전쟁이다.
경고판도 설치할 생각이다.
"한 번만 더 나으 밭고랑에 약한다고 손대불믄
그 엄니 호박 구댕이에 석유를 확 부서불랑게!"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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