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지천댁 목소리가 유난히 쩌렁쩌렁 울린다.
대문은 활짝 열려 있고 마당에 승용차도 두 대가 들어서 있다.
아들, 딸, 손자, 손녀, 사위, 며느리 모두 다 모였다.
손자들 꾸짖는 소리조차 활달하다.

"아, 시끄러워서 일을 할 수가 있나!
이 할머니가 오늘 왜 이리 기세등등하시나?"

마당으로 들어서며 따님들과 웃음으로 인사했다.
오늘이 영감님 기일이다.
지난 장부터 제물 사들이고 마당의 채소 돌보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먼저 가신 분은 이런 날 할멈 목에 힘 한번 주라고
그렇게 정해 놓고 가신 모양이다.
지금은 없지만 존재했으니 기억하기 위해 자손들이 모여들고
모처럼 마당은 왁자하다.
제삿날이 잔칫날 되지 말란 법 있나.
죽은 자가 산 자를 위해 베푸는 잔칫날이다.
음복飮福.
복福을 마신다는 뜻이다.

- 출처 ; www.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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