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닷컴 사무실이 놓여 있는 땅의
백여 평 밭을 나누어서 배추랑 무우를 심기로 했다.
여름내 잡초 무성했던 땅은 일요일 아침에 트랙터로 갈아서 엎었다.
배추와 무우를 함께 갈아 먹을 동지들 모시고 읍내 종묘상 가는 길에
깜박 잊고 음악을 끄지 않았다.
게이코 리Keiko Lee의 I will wait for you가 나오고 있었다.
뒷좌석의 대평댁이 결국 한마디 하신다.

"뭔 놈에 노래를 디져불 모냥으로 해쌌냐?
살기 오지게 힘든 모냥이네."

읍내 종묘상에서 육천 원 주고 무우 씨를 구입했다.
조합 것이 좋다, 종묘상 것이 좋다 말씀들이 분분했고
저마다 자신의 믿음을 양보할 것 같지는 않았다.
믿음의 근거는 공통적인데 작년에도 그 씨들이 '참말로' 좋았단 것이었다.
돌아와서 사무실 입구 감나무 아래에서 즉석 구두 임원회의가 열렸다.
배추는 운암댁과 지천댁 네 모종 남는 것을 좀 얻기로 하고
지리산닷컴은 대평댁이 조금 전에 구입한 무우 씨 절반을 나누어 갖기로 했다.
대구댁 역시 운암댁이 며칠 전 조합에서 구입해 둔 것을 나누어 갖기로 했다.
아침에 정수 씨가 트랙터로 사무실 앞 잡초 밭을 뒤집어 준 것에 대한 보답은
운암, 대평, 대구댁, 지리산닷컴이 오천 원씩 분담하여 해주기로 했지만
정수 씨가 극구 받지 않기로 하는 바람에 모두 이구동성으로
정수 씨를 칭송하는 것으로 마감했다.

"그러면 제가 대평 아주머니께 삼천 원 드리면 되는 겁니다."
"글제. 원래 이런 것은 정확혀야 혀."

트랙터 값 이만 원을 나 혼자 내겠다고 아침에 말씀드렸다가
집중포격을 받은 다음이라 나는 고분고분해졌다.
원래 이런 것은 정확해야 한다.
돈 만 원 우습다는 듯 베풀고자 하는 호의는 결코 호의가 아닌 것이다.
또 배운다.

- 출처 ; www.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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