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일해 고작 3만원…폐업 생각 굴뚝” [0]

  • 북치기박치기북치기박치기님프로필이미지



    • 번호 1819444 | 2008.08.07 IP 61.252.***.242

    • 조회 23 주소복사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던 지난달 29일 중복. 서울 광진구 중곡동 가구거리 뒤쪽에 자리잡은 '돼지분식' 주인 이모씨(62·여)의 얼굴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 배추를 다듬는 손이 분주하다. 한여름 뙤약볕에 가게 안은 거대한 찜통이다. 가게 한쪽엔 선풍기 한 대만 뜨거운 바람을 쏟아내고 있다. 20㎡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이라고는 고작 2개. 낮 12시가 갓 넘어 점심시간이 한창이지만 거리는 인적이 드물다. 이씨는 "이 시간엔 원래 손님이 없지만 오늘은 중복이라 다들 보신탕 먹으러 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쉰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이곳에 분식점을 열었다. 국수와 떡볶이·순대 등을 팔았다. 주변에 밀집해있던 소규모 모피공장이나 봉제공장 노동자들이 싸게 한 끼를 해결하는 곳으로 자주 찾았다. 큰 돈은 아니지만 월 130만원씩은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매출은 점점 떨어졌다. 이씨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선을 전후로 공장들이 하나 둘 씩 망하더니 매상도 급감했다"고 말했다.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었다. 서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라 단돈 500원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버티다 못해 올해 초 국수 2종류만 500원씩 올렸다. 그래도 지금은 한달에 80만원 벌기도 힘들다.

    밀가루값과 LP가스비 상승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지난해 여름 2만5000원이던 LP가스 한 통이 지금은 3만7000원이다. 1년 사이에 50%가 오른 셈이다. 식용유·라면·달걀 가격도 모두 올랐다. 혼자 일하기가 너무 힘들지만 인건비를 생각하면 엄두를 낼 수 없다. 이씨는 "원래 사람을 한 명 쓰다가 도저히 수지가 안 맞아서 그만 두게 했다"며 "당연히 배달은 못 하지만 인건비 주느니 배달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일해도 겨우 3만원 버느니 차라리 식당에 취업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한다.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3년째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우영씨(38)는 "친척들과 모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까마득하다"고 말했다. 최씨 가게는 '연중무휴'다. 공휴일은 물론이고 명절에도 가게 문을 열었다. 최씨는 "하루 쉬면 매상 타격이 커서 마음 놓고 쉬지도 못한다"며 "아파도 눕지 못하니 서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식자재값 때문에 최씨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지난해 1마리당 2800원이던 생닭은 올해 3300원으로 올랐다. 하루에 40마리 정도를 판매하니 한 달에 닭 구입비로 60만원을 추가 지출하는 셈이다. 최씨는 "지난해 7월쯤 월 수익이 300만원 정도였지만 요즘은 200만원으로 30%가량 줄었다"며 "닭값을 1000원 올렸지만 손님이 떨어지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최씨 부부는 전세비와 교육비를 생각할 때마다 막막하다. 당장 올해 오른 전세비가 걱정이다. 인근 왕십리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이른바 '풍선효과'로 답십리 지역 부동산 수요가 늘었다. 최씨는 "벌써 가게 임대료가 월 20만원 올랐다"며 "뉴타운이 들어서면 이곳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의 교육비도 마찬가지다. 최씨 부인은 "제발 사교육비 걱정 좀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테크 계획은 '언감생심'이다. 주택청약부금 통장 하나가 전부다. 승용차도 처분했다. 최씨는 "노력하면 잘 산다는 얘기는 옛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인터뷰한 지 1시간 동안 치킨주문은 한 건도 없었다.

    "시세에 민감한 양파랑 무를 어떻게 잡아? 매점매석이나 잘 감시하면 그나마 다행이지." 성북구 동선동5가 미아리고개 옆 주택가 변두리에 자리잡은 중국음식점 '흑룡강' 사장 변모씨(48)는 정부의 물가정책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식자재값이 전체적으로 35~40%가량 비싸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동안 쓰던 LP가스비도 2배가량 올라 한 달 전쯤 도시가스로 교체했다. 치솟는 밀가루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지난 2월부터 자장면 등 주요 메뉴 가격을 500~1000원씩 올렸지만 손에 떨어지는 돈은 1년 전보다 100만원 넘게 줄었다. 그는 "그래도 이 근처에선 우리가게가 제일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며 "다른 가게들은 인건비도 빼기 힘들어 직원을 해고한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변씨는 "중국집을 시작한 이래 요즘이 제일 힘들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중국집을 차리면 90%는 잘 됐다"며 "그런데 요새는 주변에 폐업하는 집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