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

 

할아버지와 손녀와 손자와 할머니와 큰엄마와 엄마와 큰아빠와 아빠와 작은엄마와 작은아빠가 냉이를 캐러 가고 있다

 

바구니를 들고 비닐봉지를 들고 과도를 들고 꽃삽을 들고 호미를 들고 연필칼을 들고 뻥튀기를 들고 나뭇가지를 들고 꽃가지를 들고 팔짱을 끼고 가고 있다

 

회빛 나무들과 뒤란들이 만나는 산자락

 

목련 한 그루가 하얗다

 

- <무릎 위의 자작나무>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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