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위의 자작나무

 

자작나무가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다

 

돋아나고 있다, 가슴에서도

피어나고 있다

 

두 그루가 마주보고 있다

 

내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한번도 채우지 못한

목마름의 샘을

자작나무가 틔우고 있다

 

자작나무가 나를 보고 있다

내가 자작나무를 보고 있다

 

자작나무가 자작나무를 낳고 있다

 

구겨져서 납작하게 눌린 나무가

잎사귀에 피어서

주름들이 지워지고 있다

 

내가 자작나무의 무릎 위에 앉아 있다

 

 

<무릎 위의 자작나무>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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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푸른고개 2008-07-2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빠져들게 하는 시집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