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이야기’(한경BP). 요즘 출판계에서 여러 모로 ‘화제’를 낳고 있는 책이다.
우선 이 책은 출판계에선 처음으로 ‘연출’을 도입했다고 홍보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씨가 ‘연출’을 맡은 것도 화제였다. 고씨가 ‘아침편지’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연출’은 “세계 독서시장에서 좋은 책 한 권을 골라 전문번역가가 1차 번역한 것을 다듬고 또 다듬어 번역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책에 실린 핵심 내용을 강연 동영상 CD로 담는, 모든 과정을 감수하고 지휘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출판계에선 이 ‘연출’이라는 용어를 놓고 말들이 많다. 고씨가 ‘연출’에 값하는 역할을 했는지도 문제지만 그것이 기존의 편집자가 해오던 작업과 어떤 점이 다르냐는 것이다. 결국 고씨의 유명세를 내세운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이 책은 화제와 달리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빠져 있다.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 운영위원회가 최근 도서정가제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책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고 한경BP 측을 관할구청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불씨는 고씨가 190여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해있는 ‘아침편지’를 통해 ‘파블로 이야기’를 홍보하면서 불거졌다. 고씨는 지난달 16일자 ‘아침편지’에서 앞으로 10일 동안 ‘파블로 이야기’를 제휴쇼핑몰인 ‘꽃피는 아침마을’(이하 꽃마)에서 주문하면 “교보문고에서 10% 할인과 10% 적립금이 지급되고 ‘꽃마’의 꽃송이 10개도 함께 드리며, 무료배송까지 해드린다”라고 알렸다. 이어 “꽃송이는 ‘꽃마’에서 바로 현금(1개당 100원)처럼 사용이 가능하므로 무료배송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40%가 넘는 할인혜택을 드리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운영위는 “이는 신간의 경우 최대 10% 할인에 마일리지 적립 등으로 9%까지 추가 할인할 수 있도록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고시와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도서정가제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씨가 구설수에 올랐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고씨 혼자 옮긴이로 소개된 ‘1% 행운’(흐름출판)이 전문번역가가 초벌 번역을 하고 고씨는 2차 번역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리 번역 논란’에 휩싸였다. 고씨는 당시에도 ‘아침편지’에서 책을 홍보하면서 40% 할인을 해주겠다고 밝혀 출판 관련 단체의 항의를 받았다. 물론 ‘꽃마’에서 추가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엄밀한 의미의 가격 할인이 아니라든가 출판계 바깥의 일이므로 도서정가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써 자리잡고 있는 출판물 유통질서를 흔든다는 지적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비록 고씨가 좋은 책을 널리 알리겠다는 순수한 의도를 가졌다고 해도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반복된다면 그 순수성을 의심받는 법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관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김진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