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숲속의 게으름뱅이
정용주 지음 / 김영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리뷰 제목은 내가 뽑은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서두 '시작하는 글'에서 저자 스스로가 표현한 이 책에 대한 '정체'이다.

'나는 약초꾼도 아니고 요가수행을 하는 사람도 아니며, 망초꽃 우거진 숲길을 산책하며 인생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사색가도 아니다. 그렇다고 바위 밑에 평석을 깔고 정화수 떠놓고 치악산 신령님께 정기를 부어달라고 기도하는 박수는 더더욱 아니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일하고 싶으면 조금 하고 싫으면 말고 하면서, 최소한의 것으로 굶어죽지 않으면서 내 멋대로 자연 속에서 뒹구는 게으른 생활인이다.'('시작하는 글'에서)

산문집에는 <무소유>의 철학과 <홀로 사는 즐거움> 또는 <월든> 등의 갖가지 요소가 혼재되어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과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저자의 시각이 도처에서 엿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왜 '산쟁이'가 되었을까. 견디기 어려운 삶의 시련을 피해가려는 도피 또는 '결핍으로의 선택'이었을까. 그러나 그의 움막에는 글을 쓰려는 벗에게 '집필실'을 지어주는 등의 넉넉함이 배어 있다. 즉, 그가 바라보는 이 세상에 대한 '생각'이 있는 것이다. 산 아래 마을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기는 하지만 내가 사람들과의 완전한 절연을 의도적으로 고집하면서 산 속 움막에서 지내는 것은 아니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자연이나 산 생활의 생경함을 얻어듣기보다는, 그가 바라보는 이 세상에 대한 발언을 행간으로 짚어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이 산문집과 더불어 <인디언의 女子>(실천문학사. 2007)라는 첫 시집도 함께 내놓았다. 그 시집 소개글에는 '삶의 신산함과 적막함을 견뎌내는 한 자유주의자의 꿈이 담긴 서정의 기록'이라는 헌사가 있다. 다른 장르로 다시 만나보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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