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1
한나절 바지락을 캐고 난 갯벌은
먼데 막소줏집 불빛 하나를 남겨두고
말이 없다
어둠이 노을을 삼키고
웅크린 섬들을 지우는 동안
철책이 빗장을 걸고 이빨을 세운다
한점 비린내도 없이
저렇게 바람으로 텅 비어버린
갯벌이 나는 두렵다
물이랑이
칼등을 세워
비구름 몰려오는 수평선으로 돌아간다
사나운 바람이 엉겨붙어 아우성치는
철책 위로
피를 머금은 달이, 솟는다
-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 창비.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