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련암 공양주보살
홍련암 공양주보살은
홍련암에서만 반평생을 보냈다
열아홉에 시집갔으나
서른에 남편이 이승을 떠났다
과일장사, 고기장사로 두 아들 다 키워놓고
미련없이 절로 들어왔다
그로부터 삼십년
동해바다는 여전히 홍련암 기둥을 때리고
법당 앞 해당화 향기도 여전한데
이제는 자식들이 모시겠다 해도
홍련암을 떠날 수 없다 한다
홍련암 부처님이 내 서방님 같다고
정든 서방님 두고 어디 가냐고
그렇게 말할 때는 꼭 새색시처럼
얼굴이 빨개지곤 하는데
그러면 해당화도 덩달아 붉게붉게 물들어
그 알싸한 향기를
참 멀리가지도 보내는 것이다
<창작과비평> 1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