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영업인들의 주도적 노력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주요 온라인 서점들은 대체적으로 도서정가제의 연착륙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의 특성상 유저들이 실시간으로 가격을 견주어가며 구매에 나서기 때문에 G-마켓이나 모닝365 등의 새로운 사업모델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이해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출판계의 의견은 이들 또한 책을 파는 일종의 서점인만큼, 원칙적으로 기존의 온오프 라인 서점들에 적용되는 기준을 따르라는 것이다. 다만 G-마켓의 경우, 판매자가 서점이 아닌 출판사인 경우도 있는 까닭에, 출판계 내부적으로 의견조율을 거쳐 어디까지나 개정 발효되는 법률 취지에 맞춰 영업행위를 해야 한다는 원칙만을 정해둔 상태였다. 지난 9월17일, 기존 온라인 서점 관계자들은 이들 신규 플레이어들의 영업행태가 조율되지 않으면 현재의 할인, 경품, 마일리지 등에 관해 협조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올해 추석 직전에는 반디앤루니스(구 서울문고)에서 파격적인 할인판매 공고를 해 파란에 휩싸였다. 오프라인 서점이 운용하는 온라인에 국한되는 것이라 하나, 출판유통의 근본 질서를 해칠 우려가 드는 대목이었다. 이에 관해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협의를 거쳐 “법 발효 이전에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업계의 자율적인 도서정가제 정착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입장을 수정하지 않으면 출판계의 집단적 저항에 부닥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동 행사를 철회하기 바란다.”는 권고를 했다. 이에 관해 반디앤루니스 측에서 대국적인 바른 관점을 세워 행사를 철회키로 해, 다행스럽게도 큰 파행을 겪지 않고 수습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문제는 언제라도 예기치 못한 형태로 불거져 나올 수 있는 것이니만큼, 출판계 내부에서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을 감안하면, 도서정가제 정착을 위해 출판계가 감당하여야 할 두 가지 과제가 드러난다. 우선은 온라인 서점들과 오프라인 서점들의 도서정가제 준수를 이끌어내야 하고, 이와 동시에 개별 출판사들의 도서정가제 준수 또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20일 새 법 발효 뒤의 도서정가제 상황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사실 사회적으로 법을 어기는 행위자에게는 벌칙이 주어진다. 사람들이 경찰이나 검찰을 두려워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출판계는 이런 규칙 위반자들에게 벌칙을 가할 수단이 결여된 상태다. 과연 어떤 해법이 가능할 것인가?
이런 필요성으로 인해 한국출판인회의는 10월2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른 도서정가제의 정착을 선도하기 위한 행동준칙을 정하여 전 회원들의 서명을 받기로 결의하였다. 현재 법률에선 서점들이 ‘스스로 제공하는 할인방법에 의하여 정가의 10% 범위 안에서 할인판매를 할 수 있다’고 해놓았는데, 우리 출판계에서는 ‘스스로 제공하는 공급방법에 의하여 도서정가제 입법취지에 맞춰 영업행위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행동준칙의 핵심이다. 출판사는 ‘책’이라는 문화상품의 생산자로서, 도서정가제 입법취지를 해치는 서점 영업행위자에게 공동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고, 역으로 개별 출판사들이 도서정가제 입법취지를 해치는 영업행위를 할 경우에도 제재를 가하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일방에 관한 단방향 접근이 아니라, 출판계와 서점계에 대한 쌍방향 접근이 되어야만 도서정가제가 정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행동준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07년10월20일에 발효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담긴 도서정가제의 입법취지에 맞지 않게 영업행위를 하는 서점에 대하여, 한국출판인회의 실행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일시적인 도서공급 중단 혹은 거래정리를 행할 수 있다.
둘째, 개별 출판사로서 특정 서점을 통해 도서정가제의 입법취지를 해치는 영업행위를 하지 않는다. 아울러 도서정가제의 연착륙을 위해 쿠폰 및 경품의 축소 및 폐지, 마일리지의 법적 한도 내 운용 등을 지지한다.
이에 관해서는 <기획회의> 210호(10월20일 발매) 권두언에도 기고한 바 있으므로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바란다. 글의 요점은 기실 흔들리는 도서정가제의 책임은 출판계에 있으며, 만일 출판계가 단합만 하면 도서정가제 정착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10월2일의 결의 이후 10월10일 현재까지 50여개 출판사가 서명을 하였고, 출판계의 공론이 도서정가제 정착 쪽으로 잡혀 있는 만큼 300개사 이상의 출판사들이 참여하리라고 전망한다. 이 서명작업이 이루어지고 난 이후에는 서점 쪽이나 출판사 양쪽으로, 즉 쌍방향으로 ‘도서정가제의 정착을 위한 영업행위’를 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현재 온오프라인 서점들은 다소 혼란스런 가운데 눈치를 보고 있다. 출판사들 또한 타 출판사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눈치 보기를 하는 중이다. 그래서 출판시장에선 ‘도대체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는데 뭐가 어떻게 바뀐다는 거지? 맨날 그대론데...’라는 말들이 떠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서도 업계뿐만 아니라 일반사회나 국회를 통해서 거의 절대합의를 이뤄진 것이 ‘도서정가제의 정착’임을 누구도 정면으로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즉 그 길이 옳기 때문이다. 아마도 누군가 이 도서정가제를 정면으로 훼손하려 드는 자가 있다면, 그는 출판계의 공적公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눈치 보기는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도서정가제의 정착 쪽으로 대세가 쏠릴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다만 도서정가제의 훼손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이뤄진 만큼, 그 복원 또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임은 예상해야 한다. 마음은 급하더라도 자세는 느긋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그 동안의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면서, 이제는 도서정가제 정착을 위한 출판계 나름의 시행세칙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다. 향후 새 법아래 새로운 아이디어로 등장한 마케팅 기법이 적합한지 아니한지를 판단할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 일마다 법을 들이댈 수 없고, 그런 문제를 소수의 몇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출판계 스스로 납득할만한 사람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갖춰 실제 현장과 제대로 접합되도록 이끌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면에서 출판영업인협의회야말로 선도적인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일이다. 가령 출판영업인협의회는 각 서점들의 현장에서 도서정가제의 입법취지를 해치는 행위가 이루어지는지를 감시하고, 문제발생시 유기적으로 그 보고를 올리는 한편, 보고된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데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펼쳐야 됨을 말하는 것이다. 그 점에 관해서는 출판계의 양대 단체와 허심탄회한 논의를 거치면 된다. 그렇게 가는 길이야말로 출판영업인들의 위상도 높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 새 법이 시행된다. 거기에 맞춰 출판서점계도 변해야 한다. 바뀌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온갖 노력이 그만 무위가 되고 만다. 이런 상황의 변화는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써만 가능하다. 그 가능한 힘을 누가 발휘할 것인가? 어떤 면에서 출판영업인이야말로 이런 변화가 두려울지도 모른다. 과거의 관성대로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의식을 감안할 때, 필시 이런 새로운 변화가 어찌 달갑기만 하겠는가. 이럴 때 시대의 주인이 되는 사람은 남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그 서리를 보고 얼음이 얼 것을 짐작하는 사람만이 겨울을 대비할 수 있다. 지금 도서정가제는 작은 싹을 새로 틔우고 있을 뿐이지만, 먼 장래에는 둘레에 넓게 가지를 틔워 그늘을 만들어줄 큰 나무가 될 것임을 미루어 아는 자만이 도서정가제에 맞는 새로운 출판마케팅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07년 출판유통시장에서는 출판현장을 누비고 온 출판영업인들이 쌓아온 지혜 보따리가 풀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한편으론 출판계의 내부자성을 통한 마케팅환경 재편, 또 한편으론 서점계의 도서정가제 입법취지에 맞는 영업활동 유도를 도모하는 것, 그 노력의 중심에 출판영업인들이 서 있음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래에는 <우리는 도서정가제 정착을 선도한다!>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진 행동준칙 선언서를 첨부한다. 선언서 가운데에도 들어가 있지만, 아마도 이러한 선언서 및 출판사의 연서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출판계와 서점계 쌍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 이 선언서의 행동준칙을 통해 범출판계의 도서정가제 수호 의지가 만천하에 두루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는 도서정가제 정착을 선도한다!
출판의 미래가치를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 도서정가제이다. 새로이 마련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도서정가제의 존치를 결정했다. 이는 오랜 동안의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쳐 여야 국회의원들의 절대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완전 도서정가제와 견준다면 다소 불완전한 모습이긴 하지만, 그나마 혼탁한 출판유통 환경을 개선할 든든한 발판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제공하는 할인방법에 의한 100분의 10 범위 안에서 할인가능, 12개월에서 18개월로 신간 범위 확대, 도서정가제에 관한 일몰조항 철폐가 핵심인 이 법률의 실효성 확보의 과제는 이제 출판계로 공이 넘어왔다.
다가오는 2007년10월20일에는 이 법이 발효된다. 과연 법이 바뀌었다고 현실도 바뀔 것인가. 아마도 자연적으로는 법이 현실을 뒤바꾸지 못할 것이다. 주요 서점들이 적법 탈법 불법의 샛길을 오가면서 희한한 수단들을 동원하며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 과다한 할인 및 마일리지, 온갖 경품에 현금성 쿠폰 등은 이제 책이 일반 공산품과 다름이 없게 만들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스스로 제공하는 할인방법’에 의한 것이라는데, 이제 출판계는 이를 ‘스스로 제공하는 공급방법’에 의하여 정화시켜야 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그 근본적 출발은 도서정가제의 판을 흔든 책임이 일차적으로 출판계에 있음을 깊게 반성하는 지점이어야 한다. 결국 서점들이 제공한다는 할인방법은 궁극적으로 출판사들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계가 단합하면 도서정가제는 관철된다. 구간은 정가제의 예외대상이 되었지만, 출판계가 공급원칙을 준수함으로써 대체적으로 신간과 다름없이 취급되었다. 이제 곧 다가올 법 발효에 발맞춰 소수이지만 대매출을 기록하는 전위 출판사들과, 다수로서 소매출이지만 의미있는 책을 내려 애쓰는 후위 출판사들이 힘을 합쳐 도서정가제를 기둥삼아 출판시장의 질서를 잡으려 한다면 시대의 흐름 역사의 흐름은 우리 편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출판문화산업 공급자들의 시장선도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에게는 그럴 힘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를 이룩하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는 도서정가제를 무너뜨린 공공의 적이 되고 말 것이다.
이에 우리는 출판시장의 바람직한 질서를 세우기 위해 집단적인 준칙을 마련코자 한다. 우리가 상식에 입각하여 스스로 제공하는 공급방법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존재 자체가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물론 최선의 환경은 우리의 이러한 물리적 제재수단이 동원되는 일이 없이 출판유통 질서가 잡히는 것이다. 법 발효를 앞둔 이 시점에 우리들 전위와 후위 출판사가 함께 강철 같은 대오를 형성한다면, 도서정가제는 저절로 자리를 잡을 것이고 출판시장의 질서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저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 준칙은 새로운 21세기 출판 질서를 마련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뜻을 어기는 행위는 책이 뚫어놓은 함께 가는 길을 해치고 문화 동업자로서의 귀한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행동 준칙>
1. 2007년10월20일 발효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담긴 도서정가제의 입법취지에
맞지 않게 영업행위를 하는 서점에 대하여, 한국출판인회의 실행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일시적인 도서공급 중단 혹은 거래정리를 행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의 해제
또한 실행위원회의 의결을 거친다.
2. 개별 출판사로서 특정 서점을 통해 도서정가제의 입법취지를 해치는 영업행위를 하
지 않는다. 아울러 도서정가제의 연착륙을 위해 쿠폰 및 경품의 축소 및 폐지, 마일
리지의 법적 한도 내 운용 등을 지지한다. 이에 관해서는 한국출판인회의 실행위원
회 및 출판유통발전협의회의 보고사항에 토대하여 실행을 구체화한다.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이정원을 필두로 이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서명함으로써
시대의 중차대한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
2007년10월8일
서 명 인 : (인)
출판사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