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세상은 못 구해도 사람과 예술은 구한다 - <88만원 세대> 판매 및 기타 등등 근황

출간 프라이팬 2007/09/10 16:52 posted by 후라이빵
1.

<88만원 세대>는 팔린 것 모르겠고, 3,000부가 깔렸다고 한다.

만부는 넘을 거라고 전망을 하는데,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조금씩은 꾸준히 나간다고 한다.

만 부 되면 출판사에서 작은 잔치라도 한 번 하기로 했다.

<한미 FTA 폭주는 멈춰라>의 경우는 왜 아직도 팔리는지, 나도, 출판사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기는 한데, 이것도 만부는 넘어갈 것 같다. 만 부 넘으면 떡이라도 돌리는 잔치를 할 생각이다.

레디앙에서는 한겨레 신문사에라도 광고를 하고 싶어하는데, 음... 난 신문광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신문광고 할 정도로 잘 팔릴 책은 써본 적이 없어서... 10만부는 넘어가는 책들은 광고를 한다. 난 그런 시장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마이너 시장에 속한, 전형적인 사회과학 시장에 속한 사람이다.

이 말은 천 권 팔기가 버겁고, 2천권이 히말라야처럼 높아보이는 시장이라는 말이다.

물론 장사는... 나는 잰병이다. 이런 책을 쓰고도 이렇게밖에 못 파느냐고 주위에서 어지간히도 쪼아대지만, 지금 책 팔고 있을 여력은 없고, 다음 책 두 권을 연내에 무사히 내느냐 못내느냐, 또 다른 악전고투 중이다.

3권은, 1권만큼 앞부분 잡기가 어렵다.

정말 솔직한 심정은 디워 천만명이라고 하는데, 사회과학 책들이 천권, 2천권을 놓고 죽느니 사느니 한다는 이 상황이 참 안타까운 일일 뿐이다.

다섯 권의 책을 내면서 내가 배운게 한 가지가 있다. 내가 상대하는 한국의 대중들은, 책을 읽지 않을 이유 백 가지로 무장한 사람들이고, 사탕발림이 아닌 책을 읽지 않을 이유 열 가지를 즉각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마케팅 용어로 하면, "까다로운 고객"이다. 핸펀과 비교하면, 책에 대해서만큼은 참으로 까다로운 고객이다.

이건 주어진 조건이다.

하여간 <88만원 세대>는 만권이 팔려서 잔치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2.

'공유된 경험'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게 좋은 말이기도 하고, 나쁜 말이기도 하다.

나쁜 짓을 같이 많이 하다보면 전부 도둑놈이 된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좋은 일을 하고는 싶은데,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참 없다. 선행도 훈련이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요즘 유행하는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선행을 권하는 책이 참으로 드물다는 점을 느꼈다.

너, 원래 나쁜 넘이쟎아, 본성대로 살아...

이런 식으로 쓴 책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홉스의 레비아탄이다. 그래도 이 책들은 중세에서 근대를 열었던, 파이오니아 같은 것으로 해석되고, 앞으로도 몇 백년은 살아남을 책들이다.

우리 시대의 공유된 경험, 그것이 두렵기도 하다. 축구 집단응원가 탄핵철폐를 외쳤던 것 외에는 정말로 공유된 경험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가?

3.

통일을 공유된 경험으로 가졌을 때, 이 시스템에는 어떠한 변화가 올 것인가?

반성된 세계화적인 소국 시장의 형태를 가질까, 촌놈들의 제국주의 형태를 가질까? 평소에도 반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린간들이 통일된다고 갑자기 반성할까?

안 그럴 것 같다. 이게 3권의 주제인데, 어떻게 이 얘기를 귀에 거슬리지 않고 담아낼 수 있을지, 도통 길이 보이지 않는다.

나쁜 짓 할려고 굳게 마음 먹은 사람들에게, 천당을 생각하시오...

꼭 도에 관심있으십니까라고 말머리를 떼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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