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의 저주' - 출간에 대한 주요 사고 정리

출간 프라이팬 2007/08/17 02:32 posted by 후라이빵
(여러분들이 궁금해하는 것 같아 우리가 '88만원 세대의 저주'라고 부르는 출간과 배포 과정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들을 정리해드립니다. 이런 이유로 아직도 소매 서점에서 책을 구할 수가 없다는...)

88만원 세대는 신문사 서평이 나가고 1주일이 넘은 시점에서도 서점에 깔리지 않은, 아마 기록이라면 기록이라는, 하여간,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 생기고 있다.

아직 제대로 깔리지도 않았는데도, 알라딘 사회과학 순위에서는 5위를 하는, 또 엽기적인 일이 벌어졌다 (도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유시민과 김주하를 제꼈는지...)

지금 출판사에서는 토요일날에는 깔리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아직 모른다. 왜냐하면 그런 일이 벌써...

기다리다 지치고 지쳐서, 우리는 그걸 '88만원 세대의 저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당사자의 보호를 위해서 아주 민감한 것들은 좀 빼고 주요한 몇 가지만 추려보자.

1. 출판사가 바뀌다...

그런 적이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에디팅 작업에 들어가려고 하는 시점에, '출간 불가' 판정이 나왔다. 여기서부터 길고 긴 악몽의 시작이었다.

2. 출판사를 차리다...

내용을 놓고, 생전 처음 몇 개의 출판사와 네고를 하다, 결국 선배 졸라서 출판사를 차렸다. '레디앙' 같이 왜 초짜 출판사에서 책을 내냐고 하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그게 아니라 출판사를 차리지 않으면 초고의 큰 줄기를 건드리지 않고 내줄 출판사가 내 주위에는 없었다 (물론 나는 C급 경제학자라서 큰 출판사는 거의 모른다.) 결국 적자 매체로, 한 달은 월급을 못주고, 다음 달에는 겨우 30만원씩 줬던 가난한 좌파 매체에서 출판사를 차리게 된다.

3. 디자인할 돈이 없다...

한 번 공개되었던 표지 디자인에 대해서 사람들이 악평이 대단했던 걸로 아는데, 디자인할 돈이 없었고, 그래서 선물 출자 형태로 디자인을 맡아줄 회사가, 이 책의 미래에 출자하는 걸로 - 사실은 나중에 돈 벌면 주든지, 그걸 이렇게 표현한다 - 정리되는 데까지 엄청 시간을 들였다.

4. 교열자에게 사고가 생기다

전문적인 교열을 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전문 교열자와 계약을 했는데, 여기에서 3주가 지나갔다. 다들 교열 오기 전까지는 할 일이 없어서 손 놓고 멍하니 있었다.

교열자는 첫 주에는 몸이 아팠는지 연락이 안되었다.

그 다음 주에는 외국에서 중요한 손님이 와서, 하여간 접대 같은 일을, 자신도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

그리고 그 다음 주에는 중대한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 하여간 자세히는 모른다 - 그래서 3주가 지나갔다.

그래서 그 달에는 월급도 못 받았던 이재영이 붙잡혀서 교열을 봐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5. 기타등등, 크고 작은 사고들...

뭐, 그 중간중간에도 감기, 몸살, 기타 등등, 저자들과 에디터들에게 생길 수 있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6. 편집국장, 차를 파시다...

돈 없는 매체에서 인쇄할 돈이 없어서, 마이너스 통장, 선배한테 돈 꾸기, 은행 대출, 하여간 가난한 좌파들이 나눠서 사채만 빼고 돈 꿀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눈물나게 400만원 정도를 겨우 마련해서, 인쇄소에 넘어갔다. 그동안 이재영은 통장에 딱 만원 밖에 없는 긴급 위기상황을 맞게 된다. 그날은 돈이 없어서 자전거로 여의도까지 출근했다고 한다 (딴 날은 재미로...)


결정타는, 배급사에서 처음 내는 출판사라고 보증금을 다시 요구했는데, 이건 마련할 길이 없었다. 결국 편집국장이 결국 분당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할 때 쓰던 차를 팔았다고 나중에 건네 들었다. 눈물 나는 이 출간 스토리의 결정판이다. <88만원 세대>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 중고차 한 대가 팔려나갔다. 그래서 지금도 편집국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나도 한 마디도 못한다. 가장 눈물나는 대목 중의 하나이다... 지금 한국 좌파들은 현장에서 이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7. 연이은 배달사고...

처음 배포되는 날, 파주 인쇄소에서 떠난 책을 실은 차가... 이유는 모른다. 첫 번째 배달사고가 났다. 그리고 중간 배포로 떠난 월요일부터 일주일 동안 크고 작은 배달 사고가 연이어서... 결국 책방에는 한 권도 가지 못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이유는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만 싣고 떠나면 전혀 다른 성격의 사고들이 난다는데야... 오토바이 사고도 한 건 있었다고 얼핏 들었는데, 하여간 서평이 나온 첫 주는 배달사고의 한 주였다.

그 때부터 우리는 이 책이 세상에 깔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 파라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8. 그리고 대형 사고...

배달과 관련된 사고는 앞으로 터질 사고들에 비하면 약과이다. 진짜 대형 사고는 표지 디자인에 디자이너가 새겨넣은 바코드가 현재 출간 중인 어떤 책의 바코드와 일치한다는... 그런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 같다.



바로 상단의 이 바코드가 출간된 바코드와 일치한다는... (무섭다! 666처럼...)


하여간 기계를 거치면 다른 책으로 인식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책들이 다시 회수되고, 1쇄로 찍었던 천권이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하는 일이 지난 주말에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배포망을 따라서 도로 책이 회수되고 - 그나마 소매에 안 깔린게 유일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는 후문이 - 표지 디자인을 다시 바꾸는 일이 진행되었다.

물론 '88만원 세대의 저주'는 그렇게 만만하게 풀릴 종류의 일이 아니었다. 배포망과의 오래된 실랭이 끝에 겨우 회수가 되었는데, 디자인팀이 전원 휴가 중...

하여간 어떻게 어떻게 문제는 해결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인쇄소가 휴가...

이 문제도 어떻게 어떻게 해결을 해서, 1쇄 천권은 폐기되고, 급하게 새로 표지를 찍은 책들이 소매 서점까지 깔리는 것은 빠르면 토요일...

관련된 사람의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밝히지 못하는, 거의 처음 본 사건이 이만큼 또 있다.

그 와중에 새로 찍은 책 중 400권은 알라딘에서 먼저 가지고 갔다던데, 배포사와 우연히 같은 건물에 사무실이 있다는... (하여간 거의 2주 동안 알라딘은 이 책을 독점 배포하는...)


9. 그리고 마지막 사고

편집에도 중대한 사고가 많이 있는데, 단순 오탈자 문제가 아니라 악몽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줄간격, 색깔, 등등... 2쇄 때에는 그런 걸 없애기 위해서 나도 날밤까면서 다시 책을 붙잡고 교정 중인데, 이미 출간된 책이 나가자마자 도로 붙잡혀서 에어콘 없는 방에서 땀을 한 바가지 쏟으면서 이런 경험은 나도 처음이다.

(이 사고가 뭔지 찾는 사람 선착순 1명에게는, 내가 앞으로 낼 모든 책을 한 권씩 증정하는 이벤트를 할까... 생각 중이다. 난 찾았고, 이재영은 못찾았다.)

10. 이것도 기념이다...

저자에게 원래 20권을 주는데, 요즘 내가 정신이 없어서 몇 권 안 돌리고 그냥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니까, 이건 기념으로 둬야겠다.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나중에 유명한 사람이 되면, 이게 바로 '88만원 세대 저주'의 흔적이다, 내 자식들이 박물관에 비싼 값에 팔아먹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경제학자라서 이런 식으로는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간다.)

하여간 여러 권을 출간하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태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ps. '88만원 세대의 저주'가 연장된 것인지, 거의 오탈자가 없는 걸로 유명했던 개마고원도 이 책의 2편이자 속편인 해당하는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에서 오탈자가 나와서, 사장님이 전전긍긍...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는데, 그것도 저주의 연장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는 중이다. 개마고원에서 오타가, 그것도 원저자가 하지 않은 오타가 나오는 것은 정말로 이례적인 일이다. 이 2권도 심각한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었는데, 1권인 <88만원 세대>에 비하면 이 책에 딸린 사고들은 사고 축에도 못낀다.

(이 두권은 1, 2권 관계이며, 쌍둥이 관계이기도 하다. 1권의 질문에 대한 답이 2권인 것으로 두 권이 디자인되어 있다. 물론 서점에서 두 권은 전혀 다른 항목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제 이 정도는 사고로도 안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게 2권인데, 출판사가 나뉘면서 2권 표시도 못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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