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응 거부선언 -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 파도문고
이하루 지음 / 온다프레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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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자신을 포함한 수천 명('마리'가 아니다 - 인용자)의 오물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 동족의 시체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에 실려 온 새들의 짧은 생에 대하여,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나는 왜 여태껏 들으려 하지 않았을까? 현장과는 너무나 멀찍이 떨어진 깔끔하고 거대한 도시는, 껍질을 벗기고 토막 낸 누군가의 살점을 포장하여 진열하고 광고하는 이 사회는, 대체 어떻게 이 모든 현실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는 걸까?'(219쪽)


(돼지) '종돈장의 어미들은 몸을 한 바퀴 돌릴 수도 없는 좁은 틀 안에서, 아무런 기약 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있다. 여성의 몸을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 착취할 방법이 있을까? 이런 행위가 이 세상이 인간 여성 동물을 대하는 태도와 과연 무관할까?'(258쪽)


양계나 양돈 등 축산의 현실은 누구나 훤히 아는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소 한 명, 닭 한 명이라고 자연스레 칭하는 젊은 활동가의 목소리를 과연 내가 따라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매우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고민을 던져주는 소중한 독서였고, 누구나 스스로에게 되물어볼 만한 일이다.

맨 마지막에 남긴 저자의 당당한 발언은 늘 뇌리에 남을 것 같다.


'현재 우리가 가담하고 있는 대학살을 돌아보며 후회하고 부끄러워할 날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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