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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스케일 큰 작품이 과연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혁신적인 변화과정에서도 인간은 그 운명론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숙명론적 시각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또는 아래 다른 분의 표현처럼 '베르베르판 성서'라고 읽혀질 만한 인류 전체의 구원(그리고 당대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물론 현재의 인간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여러 현상을 통해서, 더 이상 인류의 존립이나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호소력을 지닌다. 물론 '마지막 희망' 프로젝트를 통해 14만 4천여 명이 태양광을 동력으로 시속 2백 6십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지구를 탈출하여 천년이라는 시간 동안 새로운 행성을 찾아간다는 설정은 상당한 상상력을 동원해야만 가능한 엄청난 규모의 '엑소더스'이다.(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군데군데 설정이 서툰 부분이 자주 나오긴 하지만, 어차피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초인류적 발상이기에 그리 흠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인류의 구원, 또는 '선택받은 자들'의 내부에서도 범죄와 대립, 전쟁은 이어지고... 결국 그들이 찾아간 새로운 행성에 대한 서사는 '창세기'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으니, 이 새로운 행성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시초를 설명하는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그가 이야기하는 구원은 애초 벗어나려고 했던 궤적으로의 재진입은 아닐지...('운명론'?)
4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속도감 있는 구성과 문체, 그리고 삽화 등을 통해 쉽게 읽혀지는 작품이다.(부분적으로 '창세기'에 빗댄 설정을 제외하고는..) 프랑스보다는 대한민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이 스케일 큰 구상이 어떤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