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살림살이 조금 나아졌지만…
문화부 2006년 실태 조사 결과 나와 창작관련 月收 100만원 이하가 절반
신형준기자 hjshin@chosun.com
입력 : 2007.03.15 01:04
- 한국 문화예술가들의 생활이 “조금 향상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13일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말 문학·미술·건축·사진·음악·국악·무용·연극·영화·대중예술 등 10개 분야로 나뉘어 전국의 문화예술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문화부는 월 평균수입의 증가를 예로 들며 “예전보다 살림이 조금 나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창작 등 문화예술 본연의 업무로 월 201만원 이상을 버는 문화예술인은 23.9%로 2003년 조사치 16.9%에 비해 7% 포인트가 올랐다. 월 평균 101만~200만원의 소득을 올린 문화예술인도 20%로 2003년 14.3%에 비해 5.7% 포인트가 증가했다. 아울러 월평균 100만원 미만의 비율은 56%로 2003년 69%에 비해 많이 줄었다.
그러나 직종별로 수입은 큰 차이를 보였다. 창작 등 본연 업무로 월 평균 201만원 이상 수입을 올린 직종은 건축 64.5%, 대중예술 43%, 영화 36%, 국악 30.5%였지만, 문학의 경우 97.5%가 월 100만원 이하였고, 사진도 91%, 미술도 75.5%가 월 100만원 이하였다.
다만 벌이와 ‘주변의 평가에 대한 만족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중예술(34.5%), 영화(29.5%), 국악(26.5) 등이 ‘높다’고 답해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창작 활동으로 인한 벌이가 가장 떨어지는 문학도 24.5%가 ‘높다’고 답했다. 그러나 창작 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가장 높은 건축은 10%만이 ‘높다’를 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문화예술 본연의 일’을 통한 월 평균 수입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27.2%)을 포함해 ‘월 100만원 이하’라는 대답이 56.1%에 달해 ‘문화예술’이 여전히 고달픈 길임을 드러냈다. ‘문화예술 본연의 업무’란 소설가가 소설을 쓰거나, 화가가 그림을 그려서 번 돈을 말한다. 화가가 미술학원 강사로 번 돈은 포함되지 않는다. 창작 활동뿐 아니라 모든 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201만원 이상이 52.5%(2003년 50%)였으며, 100만원 이하는 21.1%(2003년 25.6%)였다.
박승범 문화관광부 예술정책팀 사무관은 “창작 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월평균 수입으로 볼 때 100만원 이하의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 반갑다”며 “열악하지만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인당 연간 국민총소득(GNI)은 2003년 1516만원에서 2006년 1740만원(추정치)으로 15% 정도 증가했다.(한국은행 통계)
이선민 논설위원 smlee@chosun.com
입력 : 2007.03.15 22:51 / 수정 : 2007.03.1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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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 받던 젊은 시인 김수영이 1955년 서울 마포 집에서 닭을 치기 시작했다. 시작(詩作) 말고 번역을 열심히 해도 먹고살기 힘들었다. 닭 시중하는 아이 만용이를 두고 부부가 양계에 매달렸지만 그도 영 신통치 않았다. ‘모이 한 가마니에 430원이니/ 한 달에 12만~13만원이 소리없이 들어가고/ 알은 하루 60개밖에 안 나오니… 여편네의 계산에 의하면 7할을 낳아도/ 만용이의 학비를 빼면/ 아무것도 안 남는다고 한다’(만용에게). ▶2004년 연극협회가 조사해보니 절반 넘는 연극인이 부업을 하고 있었다. 영화·TV 단역부터 우유·신문 배달, 대리운전, 공사장 막일까지 닥치는 대로 했다. 81%가 스스로를 ‘저소득층’으로 분류했다. 의료보험을 든 사람이 60%였고 국민연금과 산재보험료를 내는 이가 33%, 7%에 불과했다. ▶문화관광부가 조사해 그제 발표한 문화예술인 월수입을 보면 201만원 이상과 101만~200만원이 24%와 20%다. 2003년 조사보다 7%, 6%씩 늘었다. 월 100만원 이하는 69%에서 56%로 줄었다. 그러나 물가 오른 걸 생각하면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건축 분야는 201만원 이상이 61%였고 문학은 0.5%밖에 안 돼 분야별로 들쭉날쭉이다. 영화·무용·음악은 201만원 이상이 20~33%였지만 ‘없다’도 23~28%나 돼 장르 안에서 양극화가 심했다. ▶주머니가 두둑하다 해서 예술적 성취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을 펴면서 예술인 지원에도 적극적이었지만 그 덕에 뛰어난 작품이 나오지는 않았다. 공산 치하 러시아와 중국에선 파스테르나크, 솔제니친, 바진(巴金) 같은 위대한 작가가 배출됐지만 개혁·개방 후 뛰어난 작가와 작품은 오히려 줄었다. 그렇다고 문화예술인에게 이슬만 먹고 창작에 전념하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탈리아는 예술인 직능조합에 가입한 사람에게 싼 보험료로 의료보장을 해준다. 네덜란드는 초년 예술가에게 사회복지 수당을 준다. 우리 연극계도 2005년 복지재단을 만들어 연극인의 생계·교육·의료비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자구책과 함께 국가와 사회도 문화예술인 복지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 문화예술인도 기본 생활을 꾸릴 수 있어야 선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