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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산어촌의 학교는 지역의 버팀목이자 공동체의 뿌리다. 학교가 사라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어지면 농촌 공동체도 흩어지고 만다. 학교를 살리고자 산촌유학 프로그램을 추진중인 상주시 화북면 이명학(앞줄 왼쪽)씨와 농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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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화북면 농가들 프로그램 마련
어린이 여러분! 풀을 밟고 꽃을 보며 나무 사이에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싶으세요? 자연 속에서 농촌과 산촌 생활을 경험하고 싶으면 산촌으로 유학을 오세요.
산촌으로 유학 간다? 경북 상주시 화북면 일부 농가에서는 4월20일부터 20일 동안 도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산촌 유학 프로그램을 연다. 산촌 유학에 참여하는 도시의 초등학생은 이 마을의 농가에 머물면서 화북초등학교에 다니게 된다.
산촌의 농가들이 도시 학생들 ‘유치’에 나서게 된 것은 학교가 처한 위기, 나아가 산촌공동체의 위기 때문이다. 이를 처음 발의한 이는 이명학씨.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3년 동안 준비한 끝에 1999년 화북면으로 귀농한 이씨는 산촌 마을에 살면서 마을 공동체의 구심 구실을 하는 학교의 중요성과 농산어촌 학교가 처한 위기를 함께 알게 됐다.
“정부에서 말로는 1면 1학교를 유지한다고 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몇 년 안에 외딴 농촌이나 산촌 학교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져 3면당 1학교도 안 될 것 같더라구요.”
이씨는 지난해 5월30일부터 8박9일 동안 산촌 유학의 발상지인 일본에 견학을 다녀온 뒤 결심을 굳혔다. 일본은 70년대 이농현상으로 아이들이 사라져 점차 노화·공동화되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폐교 위기에 처한 산촌 학교를 살리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에 90곳에 산촌유학센터가 만들어져 있고 지자체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산촌 유학 프로그램에는 초등학생은 물론 중학생도 참여한다. 기간도 1년으로 길다.
이씨는 귀국 뒤 곧바로 산촌 유학 추진에 나섰다. 이를 위해 농사일도 줄였다. 부인 정낙순씨는 물론 송난수 이현숙, 이은순 서은섭, 김희수 박명의 부부 등이 함께 뜻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머리를 맞대고 산촌 유학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이들 농가는 지난겨울 도시의 학생들이 머물 곳을 마련하기 위해 집수리를 마쳤고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목공, 동요배우기, 농가에서 함께 연기를 피우는 연기 축제, 요리하기, 퇴비 만들기, 나무하고 불때기, 나무 흙 담장 만들기, 도배하기, 채소밭 씨뿌리기, 별바라기, 밤길걷기, 명상 등 농촌이나 산촌의 생활에 푹 젖어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도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농사 체험, 예술 활동, 생태 살림살이, 명상 등의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농민들이 강사로 나선다. 참가비는 식비, 난방비, 단체활동비, 보험료, 진행비 등을 포함해 53만원. 2차, 3차 산촌 유학은 7월과 11월로 잡았다.
이에 앞서 이들 농가는 17일부터 이틀 동안 화북면에서 ‘산촌유학 참가자 모집 및 화북 지역 설명회’를 연다. 설명회는 일본의 산촌 유학을 다룬 동영상을 보고, 학생들이 머물게 될 농가와 지역 환경을 둘러보는 등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봄나물 캐기 행사도 있다. 문의 이명학 011-517-0176.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이명학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