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in] 코북페이퍼앤사이언스 서민호 대표
입력: 2007년 03월 23일 21:18:23

남들이 엄두를 못내는 일로 성공하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 너도 나도 달려드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성향이다. 그럼에도 감히 그 누구도 그의 뒤를 이어 따라하지 못한다. 과학출판 전문회사 코북페이퍼앤사이언스(주) 서민호 대표. 그는 국내에서 하나밖에 없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과학출판사가 있긴 하지만 책 속에 과학교구재를 함께 넣어 생산하는 출판사는 전무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토종 과학책, 외국에 첫수출 기록

그만큼 서대표가 만드는 과학책은 일반적인 과학책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인체 과학책을 보자. 50여쪽으로 이뤄진 책 앞부분에는 인체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특이한 것은 책 뒷부분. 책 뒷부분은 종이가 잘 뜯어지도록 만들어졌는데 뜯어지는 부분이 모두 뼈 모양으로 돼 있다. 이 뼈 모양 종이들을 책 속에 적힌 대로 연결하면 140㎝의 대형 인체 골격이 만들어진다. 특히 이 인체골격은 풀이나 가위 없이도 종이로 된 뼈 모양을 뜯어 연결만 하면 만들어지도록 했다.

그렇다고 모양만 갖춘 게 아니다. 각 뼈는 리벳으로 연결돼 사람 몸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정밀도가 실제 의과대학생들이 모형을 만들어 인체 공부를 할 정도다.

‘인체골격모형’ 외에도 지금까지 ‘야광별자리’ ‘태양계’ ‘우주왕복선’ ‘티라노 사우르스’ 등 ‘끼워서 쉽게 만드는 첨단 과학학습모형’ 10종을 출간했다. 또 ‘체험과학 학습’ 5종, ‘종이로 배우는 교과서 과학’ 12종도 나와 있다. 이들 책도 모두 과학이야기를 읽고 그 주제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런 과학책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없다.

덕분에 이 책의 진가는 외국에까지 알려졌다. 2005년 3월 국내 출판사상 최초로 미국에 과학책을 수출했다. 미국 최대 교구회사인 캐롤라이나사와 매년 20만부씩 5년간 최소 100만부 판매조건으로 출판 계약을 맺고 수출을 시작했다. 한국소설과 역사서가 미국에서 번역출판된 적은 있어도 우리 토종 과학책이 과학 선진국인 미국에 그대로 수출되기는 처음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그는 작년 9월 홍콩 문구박람회에 이 책들을 출품한 이후 독일과 호주, 영국 등에서도 수출 상담이 몰려들었다. 또 올 4월에는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두바이에서 열리는 과학교구전에 출품해 더 많은 나라에 수출길을 모색할 작정이다.

#디자이너에서 과학 출판사 사장으로 변신

사실 그는 과학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대학(홍대 산업디자인학과)을 졸업하고 정치광고를 하고 있었다. 마침 과학기술처 장관 출신의 이상희 의원이 총재로 있던 한국우주정보소년단 홍보를 맡게 되면서 그의 삶이 달라졌다. 1988년이었다. 당시 국내 유일의 과학청소년재단이었던 우주정보소년단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그러면서 과학이 아이들에게 너무 어렵다는 점을 느꼈다. 이때부터 그는 아이들에게 과학을 재미있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물로켓, 화약로켓, 별자리 관찰 등이었다.

그리고 2000년. 그는 결국 돈되는 광고회사를 버리고 과학전문출판사를 세웠다. 국내에 어린이를 위한 제대로 된 과학교재가 없다는 것이 그를 새로운 길로 유혹한 요인이었다. 학교 과학교과서는 점점 실험 위주로 구성되는데 실제 실험을 해볼 만한 과학교구는 전혀 없었다. 1대1 심화학습이 실시되면 과학책과 교구는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었다.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출판경험도 없고 영업도 모르지만 그는 일단 일을 저지르기로 했다. 주위에서는 백이면 백 실패를 장담했다. 그는 출판사를 세운 뒤 더욱 과학공부에 매진했다. ‘어떻게 하면 쉽게 재미있게 과학을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제가 과학도였다면 이 일을 못했을 겁니다. 과학을 모르니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설명하면 된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내놓은 책들이 예상외로 소리없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과학책은 보통 1만권만 팔려도 베스트셀러다. 그런데 ‘스페이스 돔’(2001년 3월)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2001년 4월) ‘우리별 위성과 아리안 로켓’(2001년 7월) ‘태양계 모빌’(2002년 1월) 등 그가 만든 책은 보통 1만5000권에서 3만5000권이나 팔려나갔다.

하지만 이 책들의 출판 과정은 그야말로 험난 그 자체였다. 책을 뜯어붙여 만드는 조립식 모형이니 그만큼 인쇄가 힘들었다. 책을 찍어주겠다는 인쇄소가 없었다. 간신히 인쇄소를 설득하면 이번에는 제본이 문제였다. 제본도 기계로 할 수 없었다. 모두 수작업으로 해야 하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다른 책에 비해 4배 이상 들어갔다.

거기다 모든 책과 교구재는 원형 그대로 축소해야 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거나 철저한 감수와 고증을 받아야만 했다. ‘우리별 위성과 아리안 로켓’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센터와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일반 책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힘든 작업이었다.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베스트셀러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그가 우뚝 선 것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장래의 꿈을 물으면 60~70%는 과학자라고 대답한다. 서대표는 그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 “어릴 때 코북페이퍼앤사이언스에서 나온 과학책으로 공부했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는다.

〈황인원 선임기자 hiw@kyunghyang.com 사진|김기남기자 kknphoto@kyunghyang.com〉

▲TIP 사주감상

서민호 대표의 사주는 원래 사업보다는 교육이나 문화기반의 기획을 하는 공무행정 분야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사주명리학에서 인수(印綬)라고 하는 성분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인(印)은 도장인, 즉 논리성에 바탕을 둔 명확한 성향을 의미하며, 오행적으로는 적당하게 일주(日柱)를 도와주는 상생(相生) 성분을 뜻한다. 이러한 까닭으로 인수를 학문과 교육을 관장하는 성향이라고 정의하게 된다.

서대표의 사주는 특히 이러한 인수와 정관(正官)을 중요한 팩트로 사용하고 있다. 정관은 규칙적, 모범적, 행정적인 글자로서, 일의 밸런스를 잘 잡아가는 성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경우 교육이나 엔지니어링 기반의 일을 하는 것이 적합하며, 직장생활도 상당히 잘하게 된다. 아마 서대표의 경우, 조직생활로 승부를 걸었더라도, 성공을 거두게 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상관(傷官)이라 하여, 창의적, 독단적, 모험적 성향의 글자도 보조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사업 분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라고 사료된다.

사실 37세까지의 흐름은 오히려 안정적이었거나, 단순한 형태의 직업운이 펼쳐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갈등적 양상의 운이 펼쳐지다가 44세경을 기점으로 사업의 운기가 강해졌고, 이후 현재까지의 흐름은 창업을 통한 발전기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51세까지는 사업에 대한 재투자와 정비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므로, 내실을 위주로 좀더 다져야 하는 기간이며, 52세 이후가 실익이 많이 따르는 시점이 아닌가 추정된다. 따라서 길게 본다는 신조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간다면, 좋은 교육콘텐츠를 많이 양산할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성과가 국가 인재육성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역학연구가 노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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