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린이 책 시장은 성장세 둔화 속에 실용정보서의 약진으로 평가된다. 유아책과 아동책 분야 모두 지난 4~5년 동안 이어진 성장세를 지속하기는 했으나 올해 들어 그 기세가 약간 추춤해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성장세 둔화의 원인에 대해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어린이 책 시장이 급팽창을 멈추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출판컬럼니스트인 한미화씨는 “한때 20∼30%씩 성장하는 출판사가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기를 이어갔다”며 “어린이 책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이제부터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자음과 모음) ‘한국사 탐험대’(웅진 주니어) ‘살아 있는 세계사 교과서’(휴머니스트) ‘신나는 역사체험 열려라 박물관’(랜덤하우스 중앙)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이론과 실천) ‘마법 천자문’(아울북) 등이 눈에 띄였다.
어린이 책 서평지 ‘열린 어린이’의 도서콘텐츠팀장 김원숙씨는 “논술 확대의 영향으로 학습서 관련 서적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벗어나 체계화·세분화 됐다”고 분석했다.
실용정보서에서 만화책의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나온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마법 천자문’이후 어린이 책 시장에서 만화는 확대 일로에 있다. 한미화씨는 “꼭 만화가 아니더라도 오락적 요소를 가미한 어린이 학습서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용정보서 분야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원숙씨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출판시장에서도 다양한 실용정보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미화씨는 “많은 지식을 쌓는 것이 논술 등에 대비해 어쨌든 유익하지 않겠냐는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린이 책 출판사의 부익부 빈익빈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부 대형 출판사를 제외한 중소 출판사는 올해를 힘겹게 넘겼다. 이는 어린이 책 수요가 추천서와 필독서 위주라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홈쇼핑을 통한 구매도 대형 출판사의 독주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어린이 책 시장에도 ‘황우석 쇼크’가 밀어닥쳤다. 황우석 관련 서적은 인물과 전기, 만화책 등 15∼16종에 달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황 박사팀의 논문 조작이 불거진 시기를 전후해 대부분의 황우석 교수 관련 어린이 서적이 자취를 감췄고 안 그래도 어려웠던 업계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올해 어린이 책(청소년 포함) 시장에서 단연 높은 판매고는 해리포터 시리즈 6권(해리포터와 혼혈 왕자)이 올렸다. 문학수첩 관계자는 “지난 11월 이후 모두 130만부 정도가 나갔다”며 “전체 해리포터 시리즈는 1000만권 매출이 달성됐다”고 밝혔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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