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최남선이 1908년 펴낸 ‘소년’지를 기점으로 우리 어린이책의 역사가 100년 되는 해. 과거 글 중심의 동화와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주류를 이루던 어린이책은 영아부터 청소년까지 대상독자층을 확대하고 다양한 실험을 거치며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린이책 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한 옛이야기 그림책. 우리의 옛이야기 그림책은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최근 출간된 ‘창비어린이’ 봄호는 옛이야기 그림책의 역사를 살피는 특집을 마련했다.
192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어린이 문학에서 전래동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는 바로 소파 방정환이다. 방정환은 “외국 동화의 수입보다 더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는 우리 동화 무대의 기초가 될 고래(古來) 동화의 발굴이며 그 어느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라고 역설했다. 비록 일제의 지휘로 시작되기는 했으나 구전되는 옛이야기를 모은 최초의 단행본 어린이책은 1924년 발간된 ‘조선동화집’으로 혹부리 영감, 토끼와 거북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래동화 25편이 실려있다. 이후 옛이야기는 70년대까지 동화책 형태로 어린이들에게 소개가 됐다.
북디자이너 정병규씨에 따르면 옛이야기가 그림책의 형태로 본격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유아그림책 시장이 형성되어 가던 80년대 초반 무렵부터다. 옛이야기는 우리 민족 문화의 원형질이 살아있으면서 재미와 교훈을 주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유효한 읽을 거리이면서 출판사 입장에서는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어린이에게 인기가 있는 글텍스트를 확보할 수 있는 보고’이기 때문에 각광받았다. 80년대 초반 발행된 ‘어린이 그림동화 극장’선집과 ‘재미있는 어문각 픽처북스’ 등이 대표적이다.
옛이야기 그림책은 80년대말~90년대초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가 설립되고 인문·사회·문학 출판사들도 어린이책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아동문학작가,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 전업작가가 탄생했다. 90년대에는 30여종의 옛이야기 그림책 전집이 쏟아져 나왔다. 전통에서 소재를 찾은 창작그림책 단행본인 ‘백두산 이야기(류재수, 1988)’가 단행본으로 성공한 이후 전집 중심의 옛이야기 그림책 시장이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44회를 맞는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도 우리 옛이야기 그림책의 다양화에 한 몫했다.
옛이야기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은 서로 보완적이면서도 각각 완결된 구조를 갖춰야 한다. 책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그림만으로도 옛이야기의 서사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 어린이책 연구자 이지호 진주교대 교수는 ‘옛이야기 그림책에 관한 몇 가지 생각’에서 “글작가는 다양한 각본이 존재하는 옛이야기의 저본을 밝혀야 하고, 그림작가는 상상의 존재라든가 잔혹한 장면 등을 처리할 때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윤민용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