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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생 시절에 친구들과 돌려읽었던 <꼴지에게 보내는 갈채>는 당시(지금과 비교하면 어떨까?) 입시에 시달리던 청춘들에게 위안이 되기도 했고, 격려가 되기도 했다.
님의 소설도 지나온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지만, 님의 산문은 마치 집안의 어른이 들려주시는 잔잔한 가르침으로 가득했다. 이 책 역시 가족과 이웃, 그리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연과 생물 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그 속에서 발견한 일상의 지혜를 잔잔한 어조로 들려주신다.
'숙연해지는 한편 내년에도 살구꽃을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울렁거렸다. 칠십 고개를 넘고 나서는 오늘 밤 잠들었다가 내일 아침 깨어나지 않아도 여한이 없도록 그저 오늘 하루를 미련 없이 살자고 다짐해왔는데 그게 아닌가. 내년 봄의 기쁨을 꿈꾸다니.... 가슴이 울렁거릴 수 있는 기능이 남아 있는 한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로구나.' (35쪽)
앞으로도 종종 님의 말씀을 더 듣고 싶은 것은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