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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4분의 1
오사키 요시오 지음, 우은명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오사키 요시오의 연작소설인 <파일럿 피쉬>와 <아디안텀 블루> 이후에 읽은 책이다. 일본에서의 출간시기를 보면 상기한 두 권이 먼저 출간되었고, 이 작품이 그 뒤로 2003년에 출간되었다. 하지만 4편의 소설을 모아놓은 이 소설집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다. 특히나 표제작 '9월의 4분의 1'은 제명 자체가 프랑스의 한 지하철역의 이름이라는 '장치'가 있기도 하지만,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벗어나 최대한 객관적인 환경 설정 속에서 주인공의 의식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다.(소설 내의 서사가 우연에 기대어 있는 한계, 그럼으로써 생경하거나 인위적이라는 한계는 있겠지만)
'(만남이 있은 13년 후) 나는 초가을 파리의 신선한 공기에 몸을 내맡긴 채, 그녀 역시 그러했듯이 끈질기게 나오를 기다렸다. 물론 그녀가 나타날 리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그렇게 앉아 그녀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소설을 단념하지 마. 언젠간 반드시 쓸 수 있다.'고 말해준 나오의 격려를 다시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중략) 미리 설계도를 그리고 기능을 정한 것이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시절. 그리고 그 설계도에만 매달려서, 실존하는 소설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지도 못했던 시절. 그저 괴로워서, 하지만 그 폐쇄감을 어떻게는 타개하기 위해서, 무턱대고 책상에 달라붙어 있던 나날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문장.
'나는 유스호스텔에서 스쳤던...(중략).. 그리고 그녀의..(중략)... 내 성(중략)...을 떠올리고, 그리고 소리를 내지 않고 우는 등의 떨림을 떠올렸다.'
내 상상력의 고루함인가, 아니면 시대의 반영인가. 그리고 시대의 반영이라면 그것은 우리와 얼마나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인가.
아직은 일본작품의 생소함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나이듦의 탓일까, 나보다는 더 연륜이 많은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이해하다니.. 내 한계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