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 정운영의 마지막 칼럼집
정운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9월
품절


앤서니 기든스, <노동의 미래>(을유문화사 2004)
; 역사는 항상 문제만 제기할 뿐 그 대답은 사람이 찾아야 한다. 노동당 간판을 앞세운 정당이 단군 이래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한 즈음 이 책은 8000원 본전의 몇 곱이나 되는 교사의 지혜와 반면교사의 경고를 우리에게 선사한다.-19쪽

프란츠 알트, <생태적 경제 기적>(양문 2004)
; "생태학은 우리 지구 행성 위에서 50억 년간 지속해온 반면 지금의 경제학은 200년 남짓 지속되었을 뿐"(158쪽)
; "에너지 절약이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60쪽)이겠으나, 소비가 장땡인 현대 사회에 절약은 결코 인기 메뉴가 아니다. 그리고 환경 훼손 걱정이 따른다. 하루에 세계 인구는 25만 명이 늘어나는데, 역시 하루에 여의도 3만 배의 농지가 사막으로 변하고 상암 축구장 4만 3000개 넓이의 숲이 사라진다. 화석 연료가 주종인 현재의 에너지 정책은 숨쉴 공기, 마실 물, 가꿀 땅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자해 공갈' 수법과 다를 것이 없다. 대안은 분명하니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태양, 바람, 물, 식물 등 그 자원은 무진장하다. 일례로 태양은 40억 년이나 더 살 예정이라는데, 매일 지구로 보내는 빛과 열의 1만 5000분의 1만 있으면 인류는 에너지 공포에서 벗어난다. 더구나 태양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으며, 어느 강대국도 군대를 보내 태양을 점령할 수도 없다.-24쪽

삼소회, <출가>(솝리 2003)
; "스님! 죽도록 해도 다 못할 공부를 왜 그렇게 욕심을 부리세요?"
"아! 이번 생에 다 못하면 다음 생에 와서 하지요. 뭐 그리 급해요?"
독일에서 공부하던 어느 스님과 목사님이 나눈 대화란다.(67쪽) 저들은 이렇게 무애의 자유를 누리는데, 어째서 나는 욕심/이생/내생/급함 따위의 번뇌를 잠시도 놓지 못하는 것일까? 죄라면 장가든 죄밖에 없는데!-28쪽

<김남주평전> 외
; 문민 > 국민 > 참여로 간판을 바꾸면서 권력은 줄곧 '투쟁의 예의'를 설교하고 있다. 그 예의를 거절하는 시는 용도를 폐기해야 하는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선집(<꽃 속에 피가 흐른다>, 창비) 편자의 소망처럼 그의 삶과 시를 통해 "김남주가 살아보지 못한 21세기의 타락을 뒤엎는 예술적 항체가 형성될 수 있다면"(선집, 336쪽) 그가 남긴 칼과 피와 사랑은 우리 곁에 여전할 것이다.-42쪽

<반자본주의 선언>
; 그리고 교수답게 '다른 세계'로의 이행 전략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세계가 미쳐가고 있다고.. 이제 신자유주의를 처방이 아닌 질병으로 생각한다"(42쪽). 이견이야 있겠지만 신중히 들어둘 말이다. "거대한 반자본주의 저항 운동의 표출은 실제로 매력적이지만, 그것은 또한 이기주의의 표현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위험한 형태의 개인주의의 과시가 될 수 있다"(137쪽). 이런 반성과 겸손이 나는 정말 마음에 든다.
가뜩이나 짜증 나는 판에 하필이면 이런 책이냐고? 열(熱)에는 냉(冷)으로! 대안 제시에 앞서 저자는 "시장 경제의 어떤 변종이 정의, 효율성, 민주주의, 지속 가능성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지"(155쪽)를 묻는다. 시장이 아무리 "인간화해도' 이 네 가지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므로 '민주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그의 설득은 얼마나 강하고 또 부드러운가. 한동안 세상은 우파가 만드는 역사에 정신이 없었다. 좌파의 역사 읽기를 통해서 세계화 북새통을 '냉하게' 들여다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44쪽

페크리샤 보스워스, <세계를 매혹시킨 반항아: 말론 브랜도>
브랜도는 "배우라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프로이트, 간디, 마르크스... 이런 사람들이 중요하다"(335쪽)고 외쳤다. 그래서 흑인 인권 데모에 참여하고, 미국 영화 산업이 인디언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대부>의 오스카상 수상을 거부한 것일까? "나는 한 번도 할리우드를 존경한 적이 없다. 할리우드는 탐욕, 허욕, 사기, 우둔의 상징이다"(145쪽). 할리우드에서 가장 출세하고도 그는 할리우드에 이렇게 반항했다.-48쪽

장영희, <내 생애 단 한번>
흔들리는 곳에서는 책을 읽지 않는 평소의 신조를 깨고, 강의 뒤 자정 가까운 지하철에서 책을 펴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시울이 화끈하더니 책 위로 무엇이 후드득 쏟아지는 게 아닌가. "내 이 아줌씨, 이럴 줄 알았다니까."-52쪽

장하준, <개혁의 덫>(부키, 2004)
저자는 숱한 역사적 예화로 독자를 설득한다. 1달러짜리 미국 지폐에 그려진 워싱턴은 영국제 옷을 마다할 정도로 국산품 애용자였고, 5달러 속의 링컨은 노예 해방보다 관세 인상을 중히 여겼으며, 10달러에 든 해밀턴은 사상 최초로 유치 산업 보호를 가르친 장본인이고, 50달러 안의 그랜트는 영국의 자유 무역 제의에 미국은 200년쯤 보호 무역이 필요하다고 대꾸했으며, 100달러에 나오는 프랭클린은 관세 인상으로 미국이 고임금과 기업 경쟁력을 지키라고 외쳤다. 자유방임의 전도사 미국의 과거가 이랬다면 오늘의 개도국도 그런 '과거'를 만들 자유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이 책은 읽는 재미와 생각할 여유를 함께 선사한다.-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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