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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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엔 무슨 철학책이려니 했다. 무겁고 어려운 책을 무단히도 열심히 보려고 하던 때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헌 서점에서 발견한 제목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장을 펼치면서 잔뜩 기대했다. 참을 수 없는 나의 가벼운 존재에 무언가 의미를 부여해 주기를!! 내가 생각했던 어렵고 지루한 철학책이 아니었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가벼워진' 나의 존재에 쾌감을 느꼈다. 이루 말 할 수 없는 혼동과 의문들이 줄을 이었지만 무겁고 어려운 철학책은 절대 가져다 줄 수 없을 깊은 철학적 사유를 경험했던 것 같다.

우연히 만난 두 남녀. 운명적인 재회.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여자에게 벗어날 수 없는 남자. 남자에게서 벗어 날 수 없는 여자. 하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은 다 제각각이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를 소유하고 구속하는 방식도 다 다르다. 그래서 사랑은 고통스럽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디스트처럼 사랑에 빠져든다. 진정한 사랑이니, 관계니 하는 것들..... 존재의 가벼움이란 그것을 인식할 때에만 참을 수 없는 무엇인가가 된다. 그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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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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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인도만은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체질상 더위와 비위생적인 환경을 못 견디는 탓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의 관점과 태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인도......그 유혹과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 만큼 이 책은 달콤하고 뭉클하다. 인도의 느긋함이나 누추함, 태만함과 게으름... 그 모든 것은 빠르게, 바쁘게, 냉혈하게만 살아 온 현대인들에게 무언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다. 두시간씩 자리를 비우고도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 운전기사 처럼..... 콩나물 시루같은 더운 버스에서도 두시간째 아무 불평 없이 기다리는 인도인들 처럼.... 그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휴식과 명상을 가져다 주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조심하자. 실제 인도는..... '하늘 호수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책 속의 인도는 '류시화' 만의 인도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때문이다. 물론 다른 많은 이들도 인도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저자의 의도와 표현에 많은 공감을 가지지만..... '속았다'라도 가슴치는 순진한 여행객도 많다는 사실. 하하. 아..... 이젠 나만의 인도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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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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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음악'이란..... 여러가지 악기들을 특정한 악보나 장단이나 합의 없이 아무렇게나 연주를 해서 '우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화음이나 선율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우연의 음악'이다. 더이상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는 명제가 탄생한 것이다. 삶이란 우연의 음악이다......라는. 폴 오스터는 그것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우리가 만나는 우연을 가장한 모든 '인연'들이 우리의 인생에서 어떠한 음색을 내는지 한 기가막히게 운 '좋은' 남자와 운 '나쁜' 남자를 통해 드러내어 준다.

인생의 '우연의 음악'은 늘 아름답고 조화롭지만은 않다. 때로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예기치 않은 어떠한 우발적 충동이나 사건이 시간이 흐른 뒤 나를 전혀 엉뚱한 곳으로 데려다 놓기도 한다. 우리는 매일 같이 듣는다. 그 우연의 음악들을. 그러나....우리는 모른다. 그 우연의 음악들이 어떠한 템포로 어떠한 장단으로 이어질지.... 그저... 함께 흘러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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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열림원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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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과 같은 글들로 가득찼습니다. 다분히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지만....딱히 어떤 종교로 국한짓지 않고 열린 시각으로 해석을 할 수 있군요.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요? 즉, 내용이 추상적이고 신비로운 만큼.....모호하고 어렵거나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그 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한 상황에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어떤 책이 훌륭하기 위해서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대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자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는 한 문장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책입니다. 칼릴지브란의 글은...그래서 훌륭한 글입니다. 누가 읽어도.....마음에 와 닿는 한 문장이 발견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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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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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거리에서 이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을 쉽게 본다. 작가의 명성일까......그 보다 더 눈에 많이 뛰던 광고의 효과일까? 아무튼... 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소유하고 있는 책인 건 분명하다. 과연.......이 '심심풀이' 단편집은 그렇게 '유명할' 가치가 있을까? 좀 베알이 꼬인 사고일지는 몰라도.... 과연 이 책이 이미 '개미'나 '뇌'로 유명한 베스트셀러작가의 소설이 아니라 그저 어느 무명 작가의 단편집이었다면 어땠을까? 이처럼 많은 광고도, 이처럼 좋은 평가도...이처럼 많은 독자도 확보할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무'는 정말 운이 좋은 녀석이다. 주인을 잘 만나고 때를 잘 만난 녀석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형편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무'를 정독하고 나서 느끼는 바는 왠지 이 책에 대한 평가나 관심의 정도가 조금은 거품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짤막한 여러 에피소드들은 사실 흥미롭고도 기발하다. 특히,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바캉스나, 숫자를 20이상 셀 수 없는 나라의 이야기, 완전한 은둔을 위해 뇌만 남겨진채 살아가는 남자, 주인에게 반란을 일으킨 왼손이나 세상이 멸망해 암흑으로 덥혔다고 생각하는 눈 먼 자의 이야기 등, 의미심장하고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허깨비의 세계'라는 4페이지도 채 안되는 이야기가 최고였다.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메시지와 철학이 4페이지에 담겨 있는 놀라운 작품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소재들은 같은 생각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반갑기 까지 하다. 생각하는 나무 이야기나, 인간을 가지고 노는 신들의 이야기 등 읽다 보면 '그것 참 기발한데'에 못지 않게 '그래, 그래' 하는 동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나무'는 많은 기발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충격적이거나 신선하지가 않다. 쉽게 읽혀지지만 다소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짧은 이야기 속에 깊이 생각할 여지를 남기기도 하지만 잔잔하고 긴 여운을 남기기에는 어딘가 좀 아쉽다. 그것이 작가와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인지, 번역체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어색함인지 (그렇다고 번역이 잘 못 되었다는것은 아니다) 그건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나무'에 덧 씌어진 거품을 걷어냈을 때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니, 베르나르라는 '거품' 없이 만났더라면 더 괜찮은 작품이었을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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