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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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라디오문학관으로 만난 이문구 작가의 <관촌수필>

내가 감상한 작품은 '행운유수'부분이다.

톡톡튀고 억척스럽고 정감넘치는 부엌떼기 '옥점'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일단 '말'이 재미있다. 그 팔팔 뛰는 충청도 사투리와 토속어는 글의 속도에 박차를 가한다.

기회가 되면 책을 구해서 다 읽어보고 싶을 만큼 개성있고 재밌는 글이었다.

 

작가의 어린시절 경험을 그대로 살려 썼다는 '행운유수'

부엌떼기 옥점이는 음식이면 음식, 바느질이면 바느질 못하는 게 없다.

가끔 덤벙대고 입도 걸고, 선머슴같이 사납긴 해도

10살 아래인 시점자에게 누나처럼, 친구처럼 어머니처럼 자상하고 다정하다.

정이 많기로는 지나가는 거지 쌀 퍼다주고, 누구든 억울한 일을 당하면 가만 두고 보지 못한다.

비밀리에 집에 드나드는 '공작원'들을 두둔해 비밀경찰과 맞장까지 드는 대찬 여성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는 누구하나 가르친 거 없어도 혼자서 글을 떼고, 노래를 곧잘 불렀으며

한국 근대사의 테마였던 '주체의식'을 일찍이 몸소 실천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미군들이 지나가며 던져주는 침뭍은 초콜렛이나 비스켓 따위에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저것들이 조선인을 다 거지로 아는가베. 빌어먹을 잡것들!"

 

내가 접한 '행운유수' 부분은 일제점령 후 피폐한 한국의 근대화 모습이나

미군정의 엇갈린 희비에 대해 본격적으로 담고 있진 않다.

그러나 순박하나 근면하고 정감있게 살아가는 농촌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옥점이의 삶은

간간히 등장하는 비밀경찰이나 미군들의 모습, 빈민굴의 모습 등과 어울러 더 많은 것을 들춰내기도 한다.

 

어려서 부모와 형제와 떨어져 남의집 부엌떼기로 살면서 아씨와 서방님, 도련님을 '모시고'살았던 그녀.

그러나 제 2의 가족이 되어 그녀를 보듬고 안아줬던 그 집안의 몰락.

징용가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과 억센 시집살이.

결국 홀연히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길을 떠나는 옥점.

어쩌면 그것이 한국 근대화,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닌가 싶다.

그녀가 '약장수'를 따라간 후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녀의 노랫소리가 내 귓가에도 아련하다. '사공의 뱃노래가~~'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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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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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뱅쿠버의 한 서점에서 순전히 특가이벤트라는 이유로 사서 읽게 된  <눈먼 자들의 도시>

그 이후 영어원서로 두 번, 한글로도 두 번이나 읽었던 책으로 수많은 지인들에게 선물한 바 있었다.

몇 달 전 연작에 해당하는 <눈뜬 자들의 도시>에 대한 출간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갑고 설랬는지 모른다.

 

<눈뜬 자들의 도시>는 전작에 못지 않게 여전히 놀랍고 충격적이다.

처음엔 읽기 힘든 독특한 문체도 시간이 지나면서 글의 주제와 어우러져 메시지를 중폭시킨다. 

 

그러나 작가가 글 중반에 친절하게, 그리고 영악하게 고백하듯이

 

"물론 서술자가 특별히 솔직하여, 집단적으로 백지투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어떤 도시에서 일어난 이 특별한 이야기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끝맺을지 정말 몰랐다고 고백하는 경우라면....(본문 242 쪽)"

 

힘빠지고 실망스러운 후반기와 결말에 대해...

팬인 나조차 정말 뭐라고 서평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 하나하나에 담겨진 그 실랄한 풍자를 찬양할 수 밖에 없다.

행간을 읽으며 웃다가 울다가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

늘 정의로운 자들이 죄인의 죄값을 대신 치르는 것이다" (본문 55쪽)

 

그러니 이 혼란스러운 소설의 혼란스러운 결과를,

생을 마무리해가는 노작가의 비관과 회의를,

앞으로 더 많은 생을 살아가야할 젊은 독자가 대신 '죄값'을 치르리라.

 

"우리는 진실을 말할 때도 계속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할 때도 계속 진실을 말한다오" (본문 74 쪽)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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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이명옥.김제완.김학현.이상훈.이식 지음 / 시공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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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속도, 에저지와 중력, 향기와 알코올, 유전자와 신체구조...

명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를 물리, 화학, 생물학 등과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가끔은 좀 억지스러웠다.

'압생트 잔을 압에 둔 고흐의 초상'이나 고흐의 '밤의 카페'를 보며

알코올이 간에서 순화되어 체외로 배출되는 과정을 본다는 것이 조금은 생뚱맞았기 때문이다.

 

그런동시에 참 그럴듯도 하다.

컨스터블의 풍경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구름의 종류를 알아가는 것도 영 개연성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잊지 말자.

이 책은 중고교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통해 과학을, 그리고 과학을 통해 그림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러니 미술애호가들이 자신은 이미 다 아는 그림 이야기라고 투덜거릴 필요도,

식자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상식적 과학 이야기라고 거만을 떨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림을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림 속에 녹아든 과학적 관찰과 정확함이 놀랍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 가물가물한 과학 상식에 명암을 더해주니 고맙다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중고등학생이 보기에 과학이든 예술분야든 배울 게 많고, 어느 분야에든 관심을 촉발하기에 충분하다.

명화를 둘러싼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인문학적 관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청소년 권장도서, 또는 우수도서란 말이 전혀 과장은 아니다.

학교 다니는 조카나 자녀가 있다면 아낌없이 권하고 싶다.

 

다만 글쓰는 사람의 자질면에서 또, 이미 많은 미학서적을 써서 이름을 날린 이명옥 씨의 글이란 점에서

구태의연한 표현과 단어를 반복적으로 구사해 오히려 글의 신선함을 떨어뜨린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어른'이 읽기에 지루함은 물론, '청소년'이 읽기에도 좋은 글쓰기/읽기 교육은 아닐터이다.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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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간속으로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8
이인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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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린치와 달리, 하루끼, 그리고 이상을 좋아하는 내가

이 소설에 빠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낯선 작가와 낯선 시간 속으로...

최수철의 '고래 뱃속에서'도 오버랩되면서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실 그 외에, 뭐라고 딱히 감상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글의 구성과 줄거리, 인물들 처럼 나의 감상도 공기처럼 잡히지 않는다.

그 존재를 알고 느낄 수는 있어도... 결코 손에 담을 수 없는...

(정말 어떻게 글로 풀어낼지 막막하다)

 

여기 인터파크에서 그럴듯한 소개를 해두었으니 참고하자.

 

오늘의 젊은이는 어떻게 절망하고 고뇌하며 자신의 삶에 모험하는가,

전통적인 소설 작법에 도전하는 실험적 문체를 통해,

현실의 그림자로서의 깊은 바닥으로 배회하는 젊은 소설가,

그의 피로 응어리진 자아 성장의 기록. [인터파크 제공]

 

나머지는 직접 낯선 시간속으로 여행해보라고 추천할 수 밖에...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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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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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글쓰기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서 '창작자'가 아닌 '편집자'가 되길 권하고 싶다.

물론 윤리적인 편집자다.

-머리말 중에서 6쪽

 

믿는게 좋겠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든다"는 말을.

나는 그 점과 더불어 글쓰기가 소통과 검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머리말 중에서 8쪽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글쓰기의 즐거움.

진짜 많이 배웠다.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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